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약 Jan 09. 2022

우리에게 딱 맞는 가전 준비 1

우리의 성향을 먼저 알아야 해요

이틀 만에 가전을 살펴보고 필요한 혼수 가전들과 구매처를 결정했다. 매장을 몇 군데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의 취향을 알게 된다. 모든 선택의 본질은 역시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며, 혼수가전이라면 우리의 특성을 잘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수많은 정보의 범람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되, 어떤 선택도 부럽지 않을 만큼의 굳센 결정을 짧은 시간 내에 두 명이 협력해서 하는 것, 역시 절대로 쉽지 않다.


이틀이지만, 두 명이 풀로 집중한 이틀이었다. 유튜브를 보면 어찌나 이렇게 싸게, 다양하게, 혹은 운 좋게 산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곧,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역시 우리에게 딱 맞는 가전을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내가 그를 부자에 잘생기고 다양한 능력을 가져서 고른 게 아니듯이, 내 눈에 보이는 그의 매력으로 평생을 결정했듯이 가전도 마치 그렇게만 골랐다.


우리는 6년을 사귀고 결혼한다. 거의 매달 여행도 다녔다. 4년 정도는 아주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서로의 생활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본가에서 나와 산지 10년 차고 그는 5년 차라 자취생활이 길었다는 것도 서로를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18평 아파트에 5년 동안 혼자 살아서, 내 생활력을 아주 잘 알았다. 다른 커플에 비해서는 데이터가 훨씬 더 많았다고나 할까.


솔직히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청소기 돌리는 것도 번번이 놓칠 정도로 살림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불을 쓰는 요리도 거의 하지 않고, 제일 자주 쓰는 가전은 전자레인지이다. 수건이 없으면, 혹은 세탁바구니가 차면 그제야 세탁기를 돌리는 편이라고나 할까. 사실 옷도 여러 번 잘 입고, 수건도 여러 개라 잘 차지도 않는다. tv도 보지 않으며 잘 때가 아니면 잘 누워있지도 않는다. 집에 잘 있지도 않지만, 테이블과 데스크톱을 제일 자주 쓴다.


택이는 요리왕이다. 그래서 주방 가전이 중요하다. 은근 취향이 예민하고 고급스러워서 호텔을 좋아하고, 텐트에서는 자지도 못한다. 향에도 민감하고 전자제품 모으는 게 취미라, 가전의 질이 중요하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걸 가장 좋아하고 밥 먹을 때 외에 잘 앉아있지 않는다. 집돌이인 편이라 약간 어두운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며 소음에 민감하다. 평소 침실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다.


우리는 생활패턴이 정 반대이다. 그래서 사실 돈이나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완전 영상 파인 그와, 주로 앉아서 끼적거리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나. 가전에 민감한 그와 아주 기본 기능만 쓰는 나. 공통점은 우린 뭐든 무조건 큰 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평균 키가 180을 넘을 정도로 키와 체구가 크다. 따지자면 보드라운 수건을 좋아하는 나와 거친 수건을 좋아하는 그까지,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는 lg라는 브랜드를 먼저 골랐다. 원래는 임직원 할인을 염두해서 골랐는데, 임직원 할인은 쓰지 않았다. 대신 한 두 개씩은 앞으로도 저렴하게 살 수 있을 듯하다. 가전은 역시 lg라는 말도 있지만, 나처럼 관리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디테일 차이에서 lg가 더 나은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되었다. 보통은 삼성과 lg 브랜드 중에 고민하게 되는데, 삼성이 200 정도 저렴하다는 소문이 있다. 우리는 삼성라인은 아예 알아보지 않았다.


오프라인은 백화점, 브랜드샵, 하이마트를 둘러봤다. 혼수를 보고 왔다고 하면 거의 lg 오브제 라인을 알려준다. 그런데 사실 난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같은 lg안에도 다양한 라인이 있다. 우리는 택이가 전자제품에 민감하고 가전 예산만 1000만 원 이상 책정 가능해서 오브제 라인을 본거지 가성비가 중요하거나 기본 기능이 필요하다면 뭐 전혀.. 솔직히  나 같은 사람 두 명이서 결혼하다면 그냥 기본 성능만 샀을 것이다.


우리는 TV, 냉장고, 로봇청소기, 노트북, 워시 타워만 구매하되, 사이즈가 가장 큰 것으로 결정하자는 합의를 봤다. 요즘은 스타일러, 식세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 많이 쓰기도 하지만 일단 시스템 에어컨이 3대 들어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서 가습기는 제외했다. 공기청정기는 있는데도 안 써서 제외, 식세기 미니가 있는데 내가 안에 든 그릇을 잊고 살아서 식세기 제외, 스타일러는 뭐 잘 안 써서 제외다.


언제나 모든 선택에는 뭐든 일단 써보고 경험해봐야 판단이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호텔이나 혹은 요즘 좋은 모텔에도 스타일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갈 때마다 신기해서 써보기는 하지만, 주로 캐주얼하게 입는 편이라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랜서 강의를 많이 하게 되면 추가 구매 의향이 있다. 오히려 여유가 더 있다면 안마의자를 사고 싶다. 올드해 보이긴 하지만, 우린 좋은 숙소에 있는 안마의자는 되게 애용하는 편이다.  


여하튼 기본만, 좋은 사이즈로 고르기로 했다. 노트북은 택이가 나에게 주는 결혼 선물. 사는 김에 싸게 낑겨샀다. 사실 워시 타워는 큰 금액 차이가 없고, TV와 냉장고로 가전 가격이 결정된다. 우리는 TV는 무조건 큰 거라고 해서 올레드 83은 천만 원이 넘어 너무 비싸서 못 샀고, 올레드 77을 제안받았으나 화질을 좀 양보하고 사이즈를 중점으로 나노셀 86인치로 결정했다.


사실 TV는 이모가 비용을 내고 이모것도 같이 구매했는데, 이모에게는 올레드 77을 선택해주었다. 올레드와 나노셀은 기술이 아예 다른데 이모는 노안이 왔고, 또 앞으로도 더 눈이 나빠질 나이이며 넷플을 주로 보는 우리와 달리 이모부가 스포츠 TV를 즐긴다. 또 엄청나게 큰 사이즈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77도 꽤 크다. 올레드 77이든, 나노셀 86이든 그 안에서도 또 모델이 2개로 나뉜다. 우리는 기본으로 했다.    


번외로 택이 결혼선물로 스피커 좋은걸 하나 선물해줄 요량이다. 사실 나도 재즈를 즐겨 듣기 때문에 음질이 중요하기도 하고, 평소에 물건 욕심 없는 나도 살다 보니 비싼 스피커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작업할 때도 더욱 집중될 것 같고, 몰랐는데 택이 따라 듣다 보니 기계마다 음질차이가 엄청나다. 지금 우리에게는 뭔 십자가 모양 로고 스피커 2개가 있는데 그것도 막귀에는 엄청 좋아서 솔직히 나라면 그거 연결했다.


어쨌든 드뷔알레 스피커 큰 거 2개는 못 사주겠고, 미니 2개는 사서 TV에 연결해볼까 한다. 뭐 돈이야 앞으로 그 정도도 못 벌겠나 싶어서. 당연히 여유로운 신혼부부는 없을 것이지만.. 나의 비상자금은 이렇게 또 탈탈 털린다. 그는 다른 가전보다도 이 소식에 너무 기뻐서 계속 리뷰만 찾아보고 있다. 그래서 TV 스피커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서 한 단계 낮춘 모델을 살 수 있었다.  


글만보면 참 부자같은데, 생각보다 가전이 정말 비싸다. 나는 당연히 1000만원 안으로 다 가능할 줄 알았다. 뭐 더 대단히 할인받는 커플들도 있겠지만, 주변사람들도 가전 기본만 해도 실제 결제 금액은 다 2000은 넘는다고 했다. 우리야 평범한 커플이고 나는 소문난 알뜰맨이다. 내가 옷사면 진짜 회사사람들이 다 박수쳐줬다.솔직히 어디가서도 요즘 나만큼 아끼는 사람 잘 없다. 쓸때는 잘 쓰긴 하고, 지금이 그 때라 느끼긴 하지만.


부자같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제일 비싸고  것들을 하겠지만, 써보니   금액들인데, 준비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기본기능만 쓰면 진심으로  최근 제품을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말이 천만원이지 직장인이 이거 모으려면.. 진짜 고생이다. 예전에 지인이 결혼하고 비싼가전 자랑했는데  몰랐기도 했고 관심도 전혀 없었다. 타인의 시선 의식할 필요없다. 가전은 어짜피 해년마다  좋은게 나온다. 하지만 평소 잘 아끼는 편이라거나 그래도 여유가 있거나 이왕 더 좋은 것을 고르고 싶다면 당연히 최신모델이 제일 좋다. 쓰고 나서 살면서 느끼는 것은 또 꾸준히 기록으로 남겨보겠다.


 


가전 2편

https://brunch.co.kr/@bakyak/116


가전 3편

https://brunch.co.kr/@bakyak/126


가구 1편

https://brunch.co.kr/@bakyak/131


가구 2편

https://brunch.co.kr/@bakyak/132


매거진의 이전글 정리와 나눔의 재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