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박약독백
오늘은 등산동아리 정상회담의 신년회가 있는 날이였다. 뭐 별 대단한걸 하는 건 아니고, 같이 레스토랑 가서 점심먹고 바다가 예쁜 대형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실컷 떨었다. 벌써 등산동아리도 3년차를 넘나는다. 월 1번 가는 가벼운 동아리인데, 가벼운 동아리 자체의 매력이 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나 다양한 개인의 소식을 전한다. 물론 휴일에 등산을 할 정도로 모두가 부지런하며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그래서 얘기를 하다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열정들이 있다는걸 알게 된다.
신년 목표를 얘기하다보니, 벌써 1월에 3주나 지난게 아닌가! 소름이 쫙 끼쳤다. 난 3주간 무엇을 했지.. 한것도 별거 없는거 같은데 또 다이어리를 뒤져보면 여행도 두번이나 다녀오고, 일출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고 운동도하고.. 뭐 이거저거 바빴다. 12월은 약속이 많아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 1월하면 땅! 하고 시작할것 같은 일들이 그렇지도 않다. 올해 뭘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들로 3주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올해 들어서서 한 것이 뭐가 있냐면, 1월 1일부터 1일 1글, 1그림, 1운동을 원했다. 글과 운동은 매일은 아니더라도 꽤 밀도있게 쌓아올렸지만, 그림은 잘 되지 않았다. 일단 연초에는 좀 바쁘기도 했고, 타지역을 많이 다니는 특성상 그림은 들고 다닐 수가 없다. 그래도 12월부터는 훨씬 자주 손댄것에 위안을 얻는다. 운동이야 사실 늘 했던거고, 1글은 꽤 노력해서 잘 지켜진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쓴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빨리 쓰더라도 30분은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대신 그만큼 실제로 좋기는 하다.
블로그와 브런치에만 연재되던 글은, 어제부터 스레드에도 이곳 링크를 달고 올라가고 있다. 다른 지인은 또 티스토리를 추천하던데... 이렇게 한 컨텐츠를 여기저기 올릴지, 채널마다 다른 글을 올릴지는 아직 살짝 고민중이다. 어쨌든 중요한건 글의 퀄리티보다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올해가 들어오고 가장 애쓴 부분이 1일 1글이고, 어쨌든 어느정도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중이다.
올해는 근무를 하지 않으니 정말 욕심이 많았다. 팟캐스트와 뉴스레터도 하고 싶고, 외국어 공부도 하고 싶고, 블로그와 영상에 컨텐츠도 올리고 싶고, 작곡공부도 하고 싶었다.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고, 나는 무료한걸 죽어도 못참는 편이니, 집에서 꽁냥거리며 집중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드는게 목적이였다. 그래도 나름 발빠르게 움직이는 편이다. 1글과 1운동, 1그림이 조금 익숙해졌다 싶어 오늘부터 영어와 중국어공부도 시작했으니까. 1월내에 외국어공부까지 익숙해지면, 팟캐스트와 뉴스레터도 시작하는게 목표다.
외국어는 원래 학원을 다니고 싶었다. 회화는 특히나 주 5일 학원을 다녀야 가장 열심히 하고 실력이 빠르게 는다는걸 경험으로 알았다. 근데 나는 워낙 소도시에 살아서 성인 회화학원이 없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곧 끊길 걱정도 있고.. 그래서 집에서 가볍게 몇년을 꾸준히 할 수있는 컨텐츠를 찾았다. 적어도 2년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침 ebs 오디오 어학당이 연간회원권을 할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법이나 자격증을 따려는 목적이 아니였으니까 괜찮겠다 싶었다.
책을 빌리러 간 공공도서관에서 우연히 입이 트이는 영어와 초급 중국어 교재를 발견했다. 월별로 교재가 나오는데 공공도서관에서도 잡지코너에 있는 모양이다. 읽어보니 내 수준이랑 얼추 맞는거 같았다. 숙어중심이라 너무 쉽지도 않으면서 어려운 느낌도 없고, 본문 하루에 1장, 총 3-4장으로 짧은 구성. 마음에 들었다. 인터넷을 더 찾아보니, 6개월 이전 강의 교재는 pdf로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다.
아이패드로 공부하면 되겠다 싶어서 일단 샘플로 오늘 먼저 들어봤는데, 1회에 영어 18분, 중국어 18분 구성으로 적당했다. 한자를 외우고 단어를 따로 외울 생각까지는 하지 않기에 읽기/독해만 복습하고 어쩌고 하면 두개 더해서 한시간.. 매일 하기에 부담이 없겠다 싶었다. 너무 어렵거나 무거우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절대 꾸준히 하지 않게 된다. 하다가 또 열심히 하고 싶으면 그때 심화해도 된다.
6만원으로 2과목을 1년간 공부할 수 있는 셈이였다. 어차피 학원도 없지만, 학원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셈이기도 했다. 잘하면 내가 있는 스터디에서 영어 원어민 강사와 그룹 과외를 받을 수도 있다. 매일은 아니고 주 1회정도일테니 병행하면 괜찮다 싶어서 일단 이대로 진행하려 한다. 또 중국어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중국어 학원을 그래도 1년정도는 다녔는데, 이제는 봐서 이걸 외웠던 단어인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중국어는 놓으면 접할 기회가 없어서 더 그렇다. 고등학교때 외웠던 영어 단어만 다 떠올리게 바꿔도 중박은 치는거다.
어쨌든 오늘 또 새로운 발을 뗐다. 근무하지 않으면 엄청 긴 시간을 공부와 하고싶은 것에 쓸 줄 알았는데, 막상 또 그렇지도 않다. 생각보다는 천천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 내가 올해 하고 싶었던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이였다. 나는 무계획파라서 감성에 따라 뭘 하는걸 좋아하지만, 그래서 뭘 했는지 한눈에 보는 것과 계획이 필요한 장기적인 일에 불리하다. 아쉽게도 지금도 시스템적으로 시작하지는 못했다. 다만 12월보다는 훨씬 기록에 진심이기는 하다.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아마 생각보다 좀 천천히 시작될것 같다. 근데 분명히 하긴 해야하는 영역이다. 주변의 통제형들이 어떻게 일정과 일을 관리하는지, 프리랜서들은 어떻게 분리하는지를 좀 살펴볼 필요도 있고, 툴을 좀 쓸 필요도 있다. 살아있기만 하면 삶은 자동적으로 좋아진다. 정리되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것 저것 다듬게 되기 때문이다. 여튼 확실한건 지금보다는 시간을 더 내서 PC앞에 앉아야 한다는거다. 루틴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더 내야 한다. 그래야 그게 자동화가 되고, 나중엔 힘들지 않다고 느끼면서 진행되니까.
벌써 1월이 3주나 지났어. 그리고 나는 벌써 3주간을 반추하고 있다. 일부는 반성하면서 일부는 이해하면서 일부는 또 칭찬하면서. 정신없는 유동성에 속도감이 있다는게 바로 시간의 힘 아닐까. 올해 말에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될까. 만족할까, 아닐까. 많은게 궁금하지만 확실한건 있다. 뭔가를 원한다면 언젠가는 하게 된다는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게 좋아진다는거다. 남들과 비교할 것 없이,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미래의 내가 서서 그 다음 미래를 준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