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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an 23. 2024

저녁 요가를 시작했다

임산부의 요가 이야기

13일만에 2.5키로가 쪘다. 저번주에 다녀온 4일간의 여행과, 저녁 약속들과 파티들에서 잘 먹었다. 어쩌다 저번주 내내 일주일간 수영을 쉬었고, 그래 반성하는 마음으로 하루 열심히 운동하고 다음날 무게를 쟀다. 두 눈을 의심했다. 아니, 1.5키로도 아니고 2.5키로는 너무하잖아! 아무리 급하게 쪘다고 해도 빼려면 적어도 한 달은 고생해야 하는 무게다. 이제 더 이상 저녁운동 등록을 미룰때가 아니였다. 저녁 운동의 효과는 저녁에 움직이는게 아니다. 운동을 가야해서 저녁에 못먹게 되는 것과, 약속을 최대한 안 잡게 되는 것과, 저녁에 피곤해서 잘 자는 게 진정한 효과다.


어제 저녁 7시, 오랜만에 요가를 갔다. 요가원의 차분하고 나긋한 분위기는 내가 안 사랑할수 없는 분위기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수영이고 두번째로 좋아하는 운동이 요가다. 수영은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 새벽을 선호하고, 요가는 피곤에 잠식된 저녁을 선호한다. 평소에도 둘 다 하고 싶었는데, 직장을 다니며 저녁까지 운동을 할 수 없어 수영만 다녔다. 새벽엔 수영, 저녁엔 요가. 둘 다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것 저것 섞인 요즘 요가보다 전통요가를 훨씬 선호한다. 뭐든 클래식한 취향이다. 내가 간 곳은 전통요가고, 75분이나 진행됐다. 이것도 마음에 들었다.


한 5년전에 주 5회, 1년이상 전통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그때가 몸의 컨디션이 최상이였던것 같다. 뻐근하거나 결리는 것 없이, 몸이 자유롭다는게 느껴졌다. 부피는 크게 줄지 않고 라인만 정리되었지만 몸도 훨씬 예뻐보였다. 더 했으면 좋았을텐데, 취업이 되서 다른 지역으로 떠났었다. 스타트업이라 회사는 바빴고, 뭘 할만한 시간적, 심적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 후로도 주 2회씩 요가를 다니기도 하고 필라테스를 잠깐 하기도 했지만, 주 5회 전통요가 1년이 내게 준 경이로운 몸 상태는 잊을 수가 없다.


우리집은 이 좁은 소도시에서도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있는 편이다. 왕복 30시간을 자차로 달려 요가 1시간을 해야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고민했다. 차라히 수영 끝나고 9시 타임이 있는 곳을 다닐까, 저녁엔 그냥 걸을까, 아파트에 있는 헬스장이 열면 헬스를 다닐까., 싶다가도 아침과 저녁에 운동을 하고 싶기도 했고 날씨가 너무 추워지기도 해서 용기를 내 등록했다. 그래서 난 새벽에도 자차 30분, 저녁에도 자차 30분, 총 하루 1시간을 운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물론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이정도는 시간도 아니겠지만, 소도시 사람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다.


내일이면 임신 7개월이 되지만, 임산부요가가 아닌 일반 요가를 따라하고 있다. 임산부요가의 저녁 타임이 별로 없기도 하고, 강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엎드리는 자세나 일부 자세는 아예 시도조차 못해 옆으로 누워있고는 한다.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는 쟁기자세인데, 그것만큼 시원한 자세가 없는데!!! 어제는 다른 수강생들을 보며 속으로 부러워했다. 내가 좋아하는 자세들은 배를 많이 뭉개는 자세였구나.. 그간 신경쓰지도 않았던 것들도 보인다. 언제나 관찰하는 것은 재밌고 매번 새로움 배움을 준다.


당연한 말이지만 몸이 많이 굳어 있다. 됐었는데 안되는 자세들도 있고, 이제는 아예 안되는 자세도 있다. 유연한 편이였는데.. 그래도 한 달만 해도 몸이 조금씩 풀릴걸 잘 알기에, 반복과 함께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뻐근한게 하나도 없이 깼다. 오랜만이다. 요즘 똑바로 누워자기가 힘들어서 옆으로 잔다. 나는 원래 똑바로 누워자는 편이라 옆으로 자다보니 잘때도 많이 뒤척이고 일어나면 몸이 뻐근한게 기본값이였다.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 이게 잊고 있었던 기상이지. 새벽에 꼭 두시간정도씩 깨서 하루를 피곤하게 보냈는데, 아마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다보면 몸이 피곤해서라도 새벽까지 통잠을 자게 될거다.


임신 초기부터 유일한 임신증상은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이였다. 밥만 먹으면 꺽-꺽 트림이 나왔고 속이 뒤집어졌다. 그래도 이제 애가 조금 컸나 먹는 양이라도 늘었는데, 그전에는 조금먹어도 속이 안좋아서 눈물이 다 나왔다. 진짜로 속이 안나오면 눈물이 좀 나온다. 먹는 양이 훨씬 줄었고 살이 좀 빠져서 보는 사람마다 다이어트했냐고 하기도 했다. 여전히 그 증상은 남아있어서 먹을땐 그래도 이제 그때보단 잘 먹는데, 먹고나면 바로 속이 안좋아진다. 낮이야 그렇다쳐도 되는데 저녁밥이 심하다. 잘때까지 더부룩하기도 하고, 너무 속이 안좋아서 억지로 잠을 청한 적도 많다. 그래 자면 잊겠지 싶어서. 근데 요가를 하고 오니 약간 배고프기도 했다. 어느정도 소화되는 것 같다. 물론 저녁에는 배고파도 야식을 먹지 않는다. 평소 위가 좋은 편이 아니라 집에서 야식은 절제하는 편이다. 외향적이라 나가서 약속에서 먹는 야식으로만도 충분하다.


이제 출산전까지 4개월이 남았다. 나는 그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향후 10년 안에 거의 마지막으로, 내가 온전히 내가 하고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루틴들을 만들어놓기로 했다. 루틴은 언제나 처음이 힘들지 익숙해지면 금방이고, 또 루틴으로 말미암아 내가 쓸모없는 하루를 보내지 않았구나.. 싶은 마음도 들기 때문이다. 너무 한가한 하루에 사람들은 쉽게 질린다. 적당히 미션이 있는 하루가 좋다.  1일 1글쓰기와 1그림이 익숙해지니 최근에는 1중국어와 1영어를 추가했고 그 후에 1요가가 추가되었다. 이후 루틴들은 주1회로 갈 것 같다.


내게 하루를 선물처럼 여기게 하는 루틴들이 좋다. 출산후 얼마나 빨리 다시 요가를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다시 만나고 싶다. 몸 컨디션을 봐야겠지만 일단은 최대가 4개월이다. 그 4개월간 내게 편안함과 행복이 되는 시간이 되기를, 무거워진 배와 부담되는 무릎과 허리를 받춰주는 근육들이 잠시라도 이완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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