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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Feb 08. 2024

교육의 유토피아

내가 하고 싶은 아이교육

오전에 미싱레슨에서 코트를 만들다 문득, 아 내 아이는 이렇게 교육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진짜 현실도, 경험도 없는 임산부의 상상에 가깝다. 말 그대로 철저한 이상. 엊그제 내가 8년전 쓴 이상적인 글을 발견했는데, 소름돋게 여전히 비슷하게 살고 있더라. 그래서 혹시 또 모르지, 미래엔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지 싶어 글을 자세히 남겨본다.


사실 나는 아이를 3명정도 낳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성별은 딸 아들 딸. 나이차이는 서로 2살 이상씩은 났으면 좋겠다. 내가 온라인으로 경제력을 어느정도 높게 갖추고 나면, 가도가도 끝이 없는 자연이 드넓은 외국의 깡시골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다. 수평선까지 초원이 한껏 보이는 그런 곳. 한껏 뛰어놀고, 한껏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동물을 타고 다니고, 온 신체의 근육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 육아한다고 가정해도 비슷하다. 동해를 품은 강원도나, 바다를 품은 전라도의 진도, 완도 등의 군단위 어딘가에서도 한껏 꼴짝으로 간 시골 어딘가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선생님이 더 많은지, 학생이 더 많은지 헷갈리는 어느 작은 분교로 아이들이 다니면 좋겠다. 나는 그 가장 작은 학교에서 가장 넓은 온라인이라는 무기를 쥐어주고 싶다. 그러면 사회에 나와서 어떡해, 사회성은 어떡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의외라고 한다.


내가 자랄때, 엄마는 초등학교에서 두 번 전화가 왔다고 한다. 2학년때 담임선생님이 한 번, 4학년때 선생님이 한 번. 약이가 반에서 성적으로 1등을 했어요. 우리 엄마는 그래요 ?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주마다 도서관을 데려가긴 했지만, 딱히 과목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시키지는 않았던 때였다. 어부가 많은 어촌 동네, 대부분 부모들은 교육에 관심을 쏟을 시간이 없었다.


이 작은 동네에도 어느덧 교육열풍이 불어닥쳐, 기억상 5학년인가부터, 전과목을 다루는 종합 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영재반을 준비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수많은 수학문제들의 반복. 나는 여전히 지루한 반복에 굉장히 약한 사람이다. 오늘도 코트를 집어던질뻔 했으니까. 그래서 못하겠다고 했다. 동생과 다녔던 한자학원에서도, 동생은 성실해서 2급까지 땄지만 나는 하다가 못해먹겠다고 하고 나왔다.


중학생때는 반에서 3등 가량, 고등학교때 처음 시험에서는 반에서 8등가량을 했던걸로 기억난다. 암기과목이 많았던 우리때 학습은 내게 흥미롭지 않았다. 사실은 공부보다도, 학교에 있는것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다. 만약에 학교에서 했던 학습이 토론중심이거나, 창의적 문제해결 중심이였다면? 난 분명히 훨씬 재밌어했을거다. 그렇게 성적은 점점 평범해져갔고, 지금도 공부하는 건 좋아하지만 자격증 준비나 딱딱한 문제들을 풀지는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난 두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째, 무언가 잘한다면 한국 공교육에서는 분명히 알게 된다. 그런말이 있다. 한국 교육은 생각보다 체계적이라서 아이가 재능만 확실하다면, 하키에 재능이 있는지, 축구에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체육에 재능이 있다는건 무조껀 알게 된다고. 둘째, 성향은 재능을 이기기도 한다. 중고등학교때 여러 수학 선생님들이 내게 그렇게 말을 했다. 약이는 머리는 있는데 절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아깝다고. 재밌는건 그 이후로도 여전히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다.


남들은 머리 싸매고 집중한다는 고3에도 난 당당히 연애를 했고, 공무원 준비도 6개월, 임용고시 준비도 3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아빠는 나는 머리가 있는데 노력을 안해서 성적이 자꾸 내려가고, 동생은 노력파라서 성적이 자꾸 올라간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동생은 그 성실함으로 지금도 여전히 공부를 하고, 직장도 안정적이고 좋은 곳에 잘 들어가서 돈도 잘 벌고 있다. 나는 여전히 취준이든, 공부든 그닥 열심히 하지 않는다. 덕 본적도 없고 별 그럴 생각도 없고 그냥 흥미용으로 딱 재밌을 정도로만 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무리 작은 분교에 다녀도 아이가 뭔가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알게 될 거라고. 굳이 큰 학교, 경쟁많은 동네에서 비비지 않더라도 재능은 확실한 발화점을 보인다. 하지만 난 우리 아이들이 아무 재능이 없어도 괜찮다고 본다. 사실은, 재능이 있는게 몇 없는 일이고, 신기한 일이니까.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건 시간이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심심해서 어쩔수 없이 하고 싶은것을 하게 되는 과정을 지원해주고 싶다. 학원이 없으니까 어쩔수 없이 웹으로 공부해야 한다. 가족 여행을 갈라쳐도, 예산을 어느 선에서 정해주고, 본인들이 기획하게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생이 시간이 너무 많다는걸 경험한다? 경험 자체로도 특별하다.


온라인으로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냐면, 왠만한건 시골 땅끝까지도 배달이 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프로젝트도 보일 수 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사업을 하고, 책을 내는 사회다. 나는 학교 외 자발적인 교육에 시간을 쓰게 하고 싶다. 셋이 모여서,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웹에 아카이빙 하는 것. 세상에 어떤 일이 가치있는가에 대한 토론을 내내 하는 것.가지고 싶은게 있으면 스스로 벌어서 가져보는 것. 밖에서 쉽게 ‘말도 안돼’할만한 것들에 다들 해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 이런 과정들을 몇 년 가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면 이 자체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큰 경험이 될 거다.자율성을 위해서는 오히려 부모가 빈틈없이 공부해야 한다. 모든 자유를 내어주는 것에는 길을 정해 주는 것보다 품이 훨씬 많이 든다.


그니까, 잘난 애 말고 잘하는 애 말고 주체적인 애로 키우고 싶다. 내가 살면서 국수영 잘해서 학원비 본전 뽑은 적이 없다. 하지만 문제해결력과 도전정신이 강해서 본전 뽑은 적은 많았다. 그런건 교과과정에서 가르칠 수가 없다. 대학은 원하면 언제든지 공부해 다시 가면 되고, 영어는 50대 되도 다 잘만 배운다. 그러니 학생때엔 삶에 훨씬 핵심적인 것을 해보게 하려 한다.  완전 다른 포지션은 언제나 경쟁자가 없다. 그 포지션을 찾아가는 수많은 경험을 어디 시골자락에서 해보게 하고 싶다. 아이가 너무 귀해서 존재만으로도 찬탄받는 곳에서.


물론 아이들의 성향을 관찰해서 내려야 할 수많은 결정들이지만, 나는 아이들이 삶에 재미를 느낀다면 내 역할은 다 끝났다고 본다. 감사하게도 나도 그렇게 교육받았고. 재미만 느낀다면 나머지는 못하게 하더라도 본인들이 다 알아서 한다. 지금은 그래, 다 이상이라고 하지. 막상 그러면 아주 불안할거라고 하지. 불안하지 않은 인생이 있나? 모든 이상은 해내면 현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유토피아는 이거다. 추후, 어떻게 생각이 바뀌고 현실은 어떻게 될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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