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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Apr 14. 2020

관리하지 않으면 바로 표가 나는 것들

오늘도 행동수정을 하는 박약독백

 관리하지 않으면 바로 표가 나는 것들이 있다. 일주일 만에 쓰는 브런치는, 삼사일 전부터 보는 이가 10명 이내로 떨어졌다. 일주일 정도 식단관리를 안 했더니 얼굴은 동그랗게 차올랐다. 며칠간 늦게 잤더니, 어제는 늦잠을 자서 아침운동을 못 가고도 저녁을 먹고 곯아떨어졌다. 지금은 안 하지만, 중국어 공부를 하던 시절엔 몇 달을 꾸준히 해놓고 몇 주를 쉬고 나면 중국어는 다시 새로운 그림이 되고는 했다. 늘 잘해왔는데... 억울할 정도로 모든 것에는 관성이 작용한다.


 유난히 자신 없는 것들이 있다. 스스로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들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세상은 갈수록 스스로를 통제하기 힘들게 진화되는 것이 아닐까. 괜히 외부환경을 탓해본다. 갈수록 마인드가 단단해져만 가는지 간절함이 사라지고, 모든 것은 물리적으로 태가 난다. 뭔가 대폭으로 잘했다가 말았다가 하면 눈에라도 보일 텐데, 어떤 것들은 어린아이가 물가에서 발장난을 치듯이 소폭으로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하는 게 맞다. 모든 것은 완성에 다다르기 전의 과정일 테니. 스스로 지속이 힘들면 물리적 시스템을 만들어본다. 이렇게가 안되니 이렇게도 해보고, 스스로가 안되니 돈을 써서 물리적 제약 장치도 만들어보고. 될 때까지 행동을 수정해보고, 가끔은 다시 멀어지더라도 멀리서 봤을 때에는 완성에 가까워지면 된다. 기꺼이 수정할 힘이 언제나 넘치게 남아있지는 않지만, 어차피 계속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가짓수가 많아지면 가끔 줄여도 보고, 줄여도 별 차이가 없으면 늘려도 본다. 코로나 19처럼 예상치 못한 물리적 상황이 오기도 하고, 감정이 달라져 다른 선택지를 골라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같지 않으니, 누군가를 따라 했다가 내 컨디션이 적합한 시간대로 회기 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들이 소중하다 믿는다.


 최근에는 생리 패턴이 전혀 다른 친구들과 놀다가 매일 12시가 넘어 잠들어 7시에 깨고는 했다. 며칠이 지속되자 어제는 저녁 과식이 터졌다. 며칠 내 잘 먹었으니 안 먹으려 했지만, 든든한 점심과 간식에도 참는 게 되지 않았고, 샐러드는 쌀국수로, 쌀국수는 햇반과 참치로 반경을 넓혀갔다.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음식이 조절되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처참한 기분을 알 것이다. 애초에 밥을 먹었으면 배는 든든하고 기분이나 좋았을 일을, 참으려다 점점 먹는 것은 괜한 자괴감을 부른다.


이렇게 먹고 인강을 듣다가 8시경 그대로 고꾸라져 잤다. 일어나 보니 새벽 4시, 어제는 꼭 브런치를 쓰고 자려했는데. 황급히 켜서 지금 쓰고 있다. 몸이 힘들었나 보다. 원래 10시에 잠들어서 5시나 6시쯤 일어나는 게 가장 나에게 맞는 패턴인데. 며칠 내 먹은 야식과 통통부은 손을 보며 속상해졌다. 다시 음식량과 운동량을 수정해본다. 수정한다고 꼭 거기에 100퍼센트 맞게 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방향성이 있는 건 중요하니까.


주말에도 내내 오후에 낮잠을 잤다. 늘 바쁘게 살다가 오래간만에 맞이하는 휴식에 몸이 노곤해지고, 노곤이 겹쳐 오히려 피곤해진다. 휴식이 중요한 북유럽식 삶은 아무래도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모양새다. 괜히 집 뒤 피아노 학원을 결제하고 싶은 마음이 충동적으로 스멀스멀 올라온다. 일 년 전 패키지로 끊어놓은 인강을 이번 주면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피아노 학원 두 달이면, 코딩 인강 일 년 치 비용이다.  둘 다 다니고 싶은데, 자취러는 이렇게 저렇게 셈을 해본다.


일을 다니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던 지난날을 떠올리니, 삶은 몇 가지 조건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로또가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보다 나아지겠지만 그럼에도 뭐든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날 선 현실을 걸으며, 과거에 그리던 핑크빛 미래를 떠올려본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졌으니까, 갈수록 나아지고 있는 게 맞다. 요즘 친구들과 만나면 그래도 갈수록 삶이 나아지더라라고 말하곤 한다.


뿌연 미래를 그릴 때는 나이 먹는 게 그렇게 두려웠었는데. 지나고 오니 빨라진 결정들과 축척된 삶의 데이터들은 나를 훨씬 윤택하게 해 준다. 별 것도 아닌 것, 그리고 아직도 어린 걸 왜 그렇게 다들 두려워하게 조장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갈수록 현명해지고, 용기가 생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두려움을 심기 좋다. 지나쳐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래서 우린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두려움 속에 설정하는 인식은 끔찍하니까.


다시 하루 패턴을 수정해보고, 오후에는 피아노 학원에 전화로 시기를 상담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교육에는 고민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정도의 재력을 지니면 좋겠는데. 재력이 늘면 분명 또 더 비싼 교육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도마뱀 꼬리물기일까, 그래도 한 번 그 꼬리를 콱 물어보고 싶어 코딩 교육도 신청할 참이다. 되면 중국어 학원도 다니고 싶은데라는 말이 나온다. 참 이런다니까.


관리하지 않으면 바로 표가 나는 것들, 내가 이기지 못한 목표들은 오히려 고마운 존재들이다. 목표에 닿지 않았기에 꾸준히 행동수정을 하고, 더 나은 방향성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목표에 닿아있지 않을까. 꾸준히 아침 산책을 가다 보면 날씬하진 않더라도 건강은 하겠지. 관리하지 않으면 바로 표가 나기에 금방 다시 계획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 번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과정 과정이 성공과 닿아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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