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걸음마를 뗀 박약독백
온전한 1인 가구로 살면 살수록 깨닫는다. 돈은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학창 시절에는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공부보다는 매일이 동일하게 반복되는 학교 사이클을 더 싫어했다. 학교보다 독서실이 오히려 더 마음 편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집중하는 스타일인데 30명이 넘게 수용된 학교는 절대로 조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독립을 하고 공부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게임이나 오락은 딱히 즐기지 않고 술을 마시기에는 너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천성이 가만 쉬질 못한다. 남는 유휴시간에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다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쉬는 날 누군가 전화해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말할 일이 없는 내게, 인강 선생님의 수다는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대단하고 무거운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조그만 자격증들과 마감시간들이 주는 적당한 긴장은 삶의 생명력을 높인다.
평소 관심 있던 분야들은 이제 어느 정도 배웠고, 필요하던 부분으로 흥미가 옮긴다. 그래, 이젠 돈을 벌자. 월급쟁이가 제일 마음 편하다며 아껴 쓰라는 어른들의 말을 뚫고 자본주의 세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 그러고 보니 돈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왜 학교에서는 당장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독립을 하고 보니 요리부터 청소까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았다.
돈은 어떻게 공부하는 걸까? 주변에 딱히 부자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은근히 있던데, 나는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 다들 경험이 첫째라니 분명 시간이 약이겠지만 비상금이 꼴랑 삼십만 원을 왔다 갔다 하는 차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인터넷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눈을 가린다. 나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면 책을 읽는다. 한 권이 아니라 관련 도서를 많이 읽는다. 그리고 펜으로 노트에 중요해 보이는 것들을 메모한다. 여러 도서에서 겹치는 말들을 취합해서 익힌다. 그리고 직접 해보고 아닌 부분들은 수정해서 해본다.
그래서 몇 권을 읽어보았다. 특히 요즘 핫한 '내일의 부'시리즈가 좋다. 돈에 대한 정리가 일목요연하게 잘 되어있고 중간중간 결론도 정리되어 있다. 몇 개월 책을 좀 읽어서 가닥을 잡으면 또래들과 솔직하게 관련 내용으로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특히 월급이 나와 비슷한 또래들은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책도 지속적으로 읽고 나름 다양한 시도도 해 볼 생각이다. 이렇게 몇 년이 흐르면 그래도 어느 정도 큰 틀은 잡힐 테다.
돈에 대한 공부는 절실함에서 시작된다. 듣고 싶은 교육이나 사고 싶은 물건 앞에서의 오랜 망설임,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편하게 가지 못해 드는 자괴감, 비슷하게 시작한 누군가의 성취를 보며 드는 부러움 등이 원동력이 된다. 크게 질투심이 없는 성격인 나는 이제야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려 한다. 내 원동력은 하고 싶은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뒤에는 산, 앞에는 바다가 펼쳐진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대저택을 짓고 자연을 느끼고 사는 것. 대학생 때부터 내 꿈은 대저택이었다. 그리고 원할 때마다 세계 어디든 장소를 바꿔 살 수 있는 것. 바로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은 없다. 의지로 꾸준히 이어나갈 자신도 없다. 그래서 물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파장이 조그맣더라도 선순환 시스템이 된다면 가능성은 있다.
다독으로 돈의 골격을 이해하고 나면 그 선순환 시스템을 배치해볼 생각이다. 말은 멋지게 들리지만 사실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그게 뭘까, 그건 아직 나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뭔가 하겠다는 것에 대해 방법을 못 찾은 적은 없다. 지속하기만 한다면 그 많은 실패도 모두 과정이니까. 그래서 난 항상 자신 있다. 내가 그 방법을 찾는 과정과 찾은 순간들은 물론 이렇게 텍스트로 남겨질 것이다.
뭐든 종잣돈을 만들라는 말이 있는데 평범한 직장인이 큰 이벤트가 생기지 않는 한 일시에 자금이 모일 리가 없다. 방법은 두 가지다. 큰 이벤트를 위한 노력을 하거나, 시간을 두고 조금씩 자금을 모아보던가. 그래서 그냥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생각이다. 큰 이벤트를 위한 노력도 하면서 동시에 자금도 모아 본다. 두 노력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도움이 되는 접점도 고민해본다.
아직은 돈이란 게 무언지 공부하는 수준이지만 나는 벌써 이 프로젝트가 흥미롭다. 모르는 무언가를 탐구하는 일은 언제나 짜릿하다. 그냥 모은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독립을 하고 모든 것에 내 손이 닿고서야 쓰라리게 보였다. 내가 일하는 분야는 신명 나게 돈을 버는 것과는 꽤나 거리가 먼 분야지만 그럼에도 걷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언제나처럼 공부하고 고민해보고 두드려보자. 분명히 답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