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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un 14. 2020

웹으로 연결된 21세기의 결을 비껴나간 곳

모바일 소외계층을 생각하는 박약 독백

 모든 게 웹으로 연결된 21세기에도 그 결을 살짝 비껴나간 지역들이 있다. 와이파이고 데이터고 전국 어딜 가도 터지겠지만 아직 키오스크가 낯선 곳과 다수의 주민들이 휴대폰과 친하지 않은 곳이 있다. 디지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더욱 벌어질 테다. 가치 있는 정보들은 누군가에겐 접근성이 높아지고, 누군가에겐 낮아지고 있다.


  남자 친구와 크리스마스를 부산에서 보내고 돌아왔었다. 꽁꽁 언 바람이 칼날 같던 추운 겨울밤. 간이 정류장이 늘 그렇듯 택시 줄은 한정 없이 서있었고, 내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있었다. 택시가 많지 않은 이 지역에서 카카오 택시보다 흔히 쓰이는 콜택시는 보낼 수 없다는 회신만 돌아왔다. 줄의 맨 끝에 서있던 우리의 카카오 택시는 누군가 뺐아 타고 가버렸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 온몸은 한눈에도 덜덜 떨고 있었고, 체격이 큰 남자 친구는 택시를 뺐어 탄 누군가에게 화가 많이 났다. 이미 타고 있다 나오기에 다시 카택을 탈 수도 없는 상황. 수많은 어른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손을 호호 불며 오는 택시를 한정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택시는 족족 젊은이들이 카택이라며 타고 갔고, 그 누구도 혹시 00 방면에 가는 사람이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 추운 날씨에 롱 패딩 하나 걸친 분이 없던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화기획자인 내 눈엔 모바일 교육의 필요성이 보였다. 마을활동가인 내 눈엔 개인주의의 비겁함이 보였다. 아직도 난 눈이 쏟아지는 겨울밤엔 그 장면들이 떠오르곤 한다. 카택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전부 콜택에서 활동했을 택시들이었다. 누군가에게 편리하라고 만든 것들이, 누군가의 불편함을 야기한다.


  최근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라는 순천 할머니들의 책을 읽었다. 노인이 되어 글자를 배우고 그림을 배운 할머니들이 쓴 책이었다. 동시대에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전쟁에 끌려한 혈육도 여럿이었다. 몰라서 그렇지, 누군가 고생하고 희생해서 지켜낸 나라였다.


  8월이면 맡고 있는 지역문화사업이 끝난다. 이젠 지역 내 정기봉사를 해보려 한다. 청년 지원자들과 함께 신청자들에게 모바일 교육을 운영할 예정이다. 폰뱅킹이나 메일 보내기와 같은 간단한 컴퓨터/폰 작동법과 필요한 어플 깔기 및 사진 배 경하는 방법 등을 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게 사실 별거 아니라는 용기를 심어주려 한다.


 열심히 농사를 짓는 우리 할머니도 최근에 스마트폰을 사셨다. 처음엔 켜기도 어려워하셨는데 이젠 전화도 잘 받고 전화도 잘한다. 그리고 자랑도 열심히 한다. 반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나중에는 대상을 나눠 포토샵/일러스트/한글/ppt도 운영해 볼 예정이다. 사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영상미디어센터가 있는 곳은 활발하게 운영 중이나, 그렇지 못한 지역도 많다.


코로나가 터지고 비대면이 많아지면서 많은 게 웹상에서 운영되고 있다. 환경은 갈수록 안 좋아질 것이며 웹 콘텐츠는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개인주의는 심해질 것이며 종종 비겁해질 것이다. 문화 소외계층에게 온라인 문화를 전파하는 일, 그 길을 개척하는 일을 지역 청년들과 해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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