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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Sep 03. 2021

카페를 고르는 기준

혼자, 그리고 함께 즐기는 공간


모두가 연결된 듯 연결되지 않은 공간, 카페를 좋아한다. 직장을 그만둔 요즘은 특히나 거의 혼자 있는 편이라, 심심해서라도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곤 한다. 바쁘지 않은 날은 일상적으로 하루에 한두 번씩 간다. 이 조그만 소도시에도 카페는 아주 다양하고 또 새롭게 생기고 있다. 카페 지도를 그린다면 이 지역에서 나만큼 잘 그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일정과 기분, 날씨와 작업에 양상에 따라 늘 카페를 고르는 기준은 바뀐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리는 날이라면, 새로운 카페를 가보곤 한다.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날과 또 혼자서 만나는 카페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오늘은 근처 섬에 갈 일이 있어서, 섬에 있는 주택을 개조한 신상 카페를 갔다가 다시 뭍으로 나와 처음 보는 베이커리 카페에 들려 글을 쓰고 있다.


늘 가고 싶은 카페는 바뀌지만,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기준이 있다. 우선 테이블이 넓고 높아야 하며, 테이블 간의 거리가 멀어야 한다. 서울 양재에서 근무했을 때, 모든 카페와 밥집, 술집마저도 테이블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기함했다. 옆 테이블과 합석하는 듯한 기분. 청담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동안 모든 공용공간은 늘 시끄러웠고, 울렸고, 신경 쓰였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우리 동네 카페에 와서 늘, "이래도 장사가 돼?"라는 말을 꼭 한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 테이블이 두세 개는 더 들어갈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는 물론, 신경 쓰지 않는다면 시야도 잘 걸리지 않는다. 요즘 생기는 카페들은 꽤 가까워진 듯 하지만 그래도 테이블 사이에 한 테이블 정도 더 들어갈 텀도 없는 곳은 거의 없다.


이 지역에서 웬만한 카페들은 다 넓고, 높고, 테이블 간 거리가 멀다. 아무리 아늑한 카페라도 테이블 수가 적으면 적었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은 없다. 그래서 이 기준은 사실 웬만하면 충족한다. 두 번째는 아메리카노가 맛있어야 한다. 제일 싫어하는 맛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우리 동네에 유일한 카페는 파스꾸치인데 아메리카노가 너무 맛없다. 웬만하면 차 타고 10분을 운전해서 다른 카페로 간다.


나는 산미가 있는 아메리카노를 선호한다. 그래서 브랜드 커피숍은 이른 아침이거나 기프티콘이 생기지 않는다면 잘 가지 않는다. 오히려 베이커리 카페는 산미 있는 커피가 많다. 빵은 잘 먹지 않지만 자주 가게 된다. 개인 카페의 경우 커피도 너무 연하거나 양이 엄청나게 적지 않으면 이 기준도 웬만하면 통과한다. 물론 주차공간도 좋아야 한다. 이 기준도 소도시인지라 웬만하면 프리패스다.


마지막으로 카페 고유의 특성이 묻어있는 곳이 좋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각각의 특성이 있는 개인 카페다. 어느 곳은 통창이 있어서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곳이 있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곳은 꼭 그 카페의 둥그렇고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생각난다. 어떤 곳은 외국의 한 도시를 테마로 잡아서 인테리어가 자주 바뀌고 아주 폭신한 테이블이 있다. 주기적으로 들려줘야 한다.


또 다른 곳은 분위기가 너무 아늑하고, 커피가 특출 나게 맛있다. 다른 친구들이 우리 지역에 놀러 가면,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러 함께 가봐야 한다. 또 어떤 곳은 정원이 너무 예뻐서 심신이 편안해진다. 또 어떤 곳은 사장님이 너무 친절해서 괜히 생각이 난다. 또 다른 곳은 고구마라테 거품이 너무 촘촘하니 맛있다. 이런 건 어디 가도 먹을 수 없다. 그 언니는 어떻게 이렇게 거품을 잘 만들게 됐을까.


카페에 주로 혼자 가는 사람만 알려줄 수 있는 팁이 몇 가지 있다. 암묵적으로 스터디와 작업자들이 앉는 구역과 수다 떠는 사람들이 앉는 구역이 나눠진 카페들이 있다. 이런 곳은 잘 앉으면 굉장히 조용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는 항상 사람이 붐비지만, 그나마 일요일 오픈 시간은 조용한 편이다. 물론 평일 낮에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모든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돔 형식으로 천장이 둥근 카페들은 소리가 울리는 경우가 잦다. 요즘은 천장 위를 다 터서 그런 카페는 많지 않다. 희고 밝은 인테리어가 많은데, 흰색 인테리어 카페에서 오래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보면 눈이 많이 피로하다. 나도 잘 까먹지만, 청광안경을 챙겨가기를 추천한다. 청소년들끼리거나 젊은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은 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욕은 누가 써도 딕션이 좋다. 근처에 앉으면 집중해서 뭔가 하다가 흐름이 잘 깨진다.


교외에 있는 지역인지라, 카페에 자주 다니다 보면 부적절한 관계도 꽤나 눈에 띈다. 관심을 안 가지려야 사람인지라 보이는 것들도 있고, 유난히 딕션이 좋아 귀에 쏙쏙 박히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아주머니들에게 최고 대세는 주식이다. 젊은 남자들은 청약이나 집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낮에 꽤나 꾸민 아저씨들만 모이면 자식, 그중에서도 아들 자랑을 제일 많이 하고 돈 자랑도 한다. 그리고 불륜녀 얘기, 성적인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크게 하신다. 오히려 근처에 앉은 내가 낯 뜨겁다. 물론 나도 듣고 싶지 않다. 아마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전부가 이런 건 아닐 것이다. 대체적으로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니 재미로만 읽어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혼자 와서 가장 좋은 좌석은 혼자 온 사람들이 앉은 좌석이 많은 곳이다. 그곳은 소음이 생길일이 크게 없다. 공유 테이블도 있으면 좋다. 은근히 긴장도 되고 집중이 잘된다. 그리고 친구들과 오면 나는 카운터랑 먼 곳에 앉는다. 따로 이유는 없고, 왠지 민망해서 그런다.


자리가 많다면 조명이 가깝지 않은 쪽의 콘센트가 가깝고 푹신한 좌석이 가장 좋다. 역시 궁둥이가 편한 게 최고다. 자주 가는 카페에 새로운 간식이 나오면 잘 먹어본다. 타이밍이 잘 맞는다면 갓 나온 것들은 뭘 먹어도 실패가 없는데, 갓 나온 스콘은 정말 따스하고 맛있다. 잘 모르겠으면 쿠키도 좋다. 케이크류는 입에 남는 감이 있어서 잘 시켜먹지 않는다.


오늘 커피를 충분히 마셨다면 맛있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분다버그는 무알콜 칵테일 같은 개념인데, 핑크색은 호불호 없이 맛있게 느낄 것이다. 이 음료의 탄산은 자연발효라고 한다. 유명한 애플주스는 동그란 것과 길쭉한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탄산이 없는 동그란 게 더 맛있지만, 취향껏 고르면 된다. 셋 다 병이 예쁘니, 가져가서 디퓨저로 써도 좋다. 보통 완제품을 시키면 얼음컵과 같이 준다. 부어서 마시면 양이 많다고 느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를 카페를 고르는 기준. 나는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 좋다. 잠깐 작업들의 쉬는 시간에 환기할 것들도 많고, 시간제한이라는 특성 때문에 집중도 잘하게 된다. 무엇보다 너른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카페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꽤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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