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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도빈 Nov 10. 2021

이명이 찾아왔다.

새로운 친구

새 친구


이비인후과에 갔다. 어디가 불편하신가 묻기에, 귀에서 소리가 납니다, 라고 답했다. 그러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상입니다. 귀에선 원래 소리가 납니다, 라고 진단했다. 이어지는 특급처방. “이명(耳鳴)은 근본적으로 치료가 불가능 합니다. 그래도 조언을 드리자면, 우선 규칙적으로 운동 하시고, 음주, 흡연을 멀리하고 채식위주의 식단을 실천해 보세요. 스트레스는 금물입니다” 

이처럼 놀라운 비책이라니. 나는 궁극의 처방을 실천해 보았다. 하지만 이명은 좀처럼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긍정의 힘을 믿기로 했다. 하여, 놈을 친구 삼기로 했다. 


명이는 늦은 밤 일정한 시간에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의 일을 한다. 그러면 나는 ‘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그럼 두 다리 쭉 뻗고 잠이나 자볼까’ 하며 잠자리에 들곤 한다. 매일매일 이처럼 규칙적으로 취침할 수 있게 도와주니 이 얼마나 건강에 이로운 일인가. 감사할 따름이다. 


명이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습관이 있다. 그것은 일정한 박자와 리듬을 타며 흐르는데, 마치 북 치는 소리 같기도, 절구를 찧는 소리 같기도, 철로를 달리는 열차의 진동 같기도 하다. 굳이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꿍짝~ 꿍꿍짝~ 꿍짝~ 꿍꿍짝~, 뭐 이런 식이다.

그러다 명이는 때로 ‘삐~삐~’ 또는 ‘휘~휘~’ 같은 말도 하는데, 마치 휘파람 소리 같기도, 특정 주파수를 전송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간에서 말하길 10대 이하만 그러니까 아주 젊은 인간만이 이런 주파수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사실 내가 명이를 만난 것은 노화에 의한 것이 아닌, 회춘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듣자하니 박쥐도 주파수로 소통한다던데, 이참에 나도 광명동굴로 들어가 크리스천 베일처럼 세상을 구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그저 감사할 일이다. 


그러다 얼마 전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었으니, 명이의 연주가 내 심장박동과 연동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내가 평온할 때, 심장이 잔잔할 때면 명이는 느린 아다지오로 연주한다. 

그러다 내가 흥분하거나(훌륭한 문장을 만났을 때) 격한 운동을 하거나(요가 같은 것) 혹은 정신을 못 차릴 때(자연산 돌돔에 안동소주), 심장이 요동칠 때면 명이도 모데라토를 지나 프레스토, 비바체로 플레이 한다.  

이것은 마치 지휘자의 손 끝 따라 정확히 움직이는 배태랑 연주자와 같다. 이렇게 완벽한 연주라니, 마에스트로는 기쁘지 아니할까.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삶은 이토록 신명나고 감사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게 다 명이 녀석 덕분이다.

잘 지내자 우리. 

절교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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