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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도빈 Nov 11. 2021

성인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진지하게 말하자면 나는 지금까지 늘 뚱뚱한 편이었다.

김성자 산부인과 우량아로 태어나 퉁퉁한 형상으로 있었다. 

그나마 20대에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고 술만 마시고 싸돌아다닌 덕에, 정상 체중을 유지했다. 

40대인 현재, 매년 신고가 아니 신고체중을 갱신하고 있다. 아 내 체중의 거품은 도대체 언제 터진단 말인가, 이미 부채는 산더미 같은데. 

그래도 여태 딱히 불편하거나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위기는 소리없이 왔다. 나도 이맘때가 되면 건강검진을 하는데, 이번 결과는 실로 참담했다.


성인병. 성인에게 생긴 만성 질병을 통칭하는 말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등, 많은 경우 완치가 불가능하며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비만까지 곁들이면 설상가상. 나는 성인이니 성인의 병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나 그렇다고 당연한 일은 아니기에 반성의 명상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   


하여, 그래 결심했다, 다이어트.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 하지만 도전하는 삶은 아름다워야 하기에, 나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목에 꿀이 들어와도 지키겠다는 비장함으로, 스스로 내린 원칙을 자신에게 천계 했다.


<다이어트 십계명>


하나. 치킨은 가슴살만 먹는다


둘. 술을 줄인다


셋. 군것질은 한살림 것만


넷. 술을 줄일까


다섯. 삼겹살 대신 목살


여섯. 술을 멀리한다


일곱. 고기는 채소를 곁들인다


팔. 술을 끊을까


아홉. 올라갈 때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열. 술 안녕




한편, 비만이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지방과 당의 축적이 아주 잘 되는 체질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실, 생존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것은 월등히 유리하다. 같은 양분을 투입하더라도 적게 소비하고 많이 저장해 놓을 수 있다. 

말하자면 가처분 양분의 효율이라는 면에서 우수하기에 특정 상황에 생존 확률을 높인다. 이것을 영양의 ROI(Return of Investment)의 극대화 라 한다. 무릇 우성인자(Dominant gene)란 이런 것이다.

한편, 이러한 고효율 신체는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나아가 힘과 경쟁, 불평등, 그리고 탄소중립(Net Zero)에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나 같은 사람은 좀 적게 먹어도 효율이 좋으니 식량을 아낄 수 있다. 식량의 생산은 탄소발생을 유발 한다. 

물론 이러한 유전적 우월함(비만)이 도리어 생존을 위협(성인병)하는 열성으로 돌아온 작금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뭐든 과해서 문제다 과해서. 



여하튼, 도전하는 생은 실천적이어야 하기에, 벌써 일주일 째 계명을 지키며 살고 있다. 

언젠가 이 고통과 오욕의 시간을 견디고 성인의 병을 떨쳐 버리는 날, 가장 비싸고 가장 기름지고 가장 귀한 산해진미로 마음껏 채워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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