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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수집가

by Balbi


여러 아티스트 덕질을 하고 있는 나.

아티스트 수집가라고 이름을 붙이니 조금 있어 보인다.


크로스오버그룹, 기타리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피아니스트, Seed A.

내 인스타 팬 계정의 하이라이트에는 각 아티스트가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요즘 가장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 이는 피아니스트다.


10월 2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엠넷 <스틸하트클럽>에 출연하는 건반치는 오다준.

9월 마지막 날 방청 신청을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대신 여러 SNS에서 방청 후기를 보며,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반가움과 함께 ‘그도 이제 진정 슈스의 삶에 들어서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군악대 행사에서 수많은 병사들 중 왜 그에게 눈길이 갔을까. 신기하면서도 ‘나 사람 보는 눈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감정은 복잡 미묘하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그에게 애정을 쏟는 이들이 생긴 게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알 수 없는 상실감 같은 감정도 든다.

지금까지의 덕질은 이미 데뷔한 아티스트를 많은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군 생활 중이던 음악 하는 청년의 연주가 좋아서 응원했을 뿐인데, 전역과 동시에 방송으로 얼굴을 알리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데뷔 전부터 지켜보던 아티스트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함께 맞이하는 셈이다. 나만 알고 있던 어떤 특별함을 나눠야 하는 심리랄까. 글을 쓰면서도 웃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음악, 미술, 글을 쓰는 작가들은 결국 대중 앞에 나서야 하고, 대중의 사랑을 먹으며 자라나는 존재 아닌가.


글을 쓰다 보니 몰입이 되어 가슴의 울렁임까지 느껴졌다. 그것은 불안감이 아니라 기대와 흥분이 섞인 떨림이다. 방송을 통해 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어떤 성장의 궤적을 그릴까?


서바이벌 프로그램 성격상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큰 무대에서 수많은 공연 경험을 쌓은 그이기에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니까. 입대 전 세션 활동에서도, 군악대 시절에도 수천 명 앞에서 연주했던 그이기에 누구보다 멋지게 해낼 것이다.


마음속 여러 아티스트 중에서도 왜 유독 그에게 마음이 가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그를 Seed A로 자리 잡고 있는 아들의 롤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로드맵 그대로 아들이 밟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그의 성장 스토리에 더 집중하게 되는 듯하다.


서바이벌 무대는 치열하겠지만 그는 이미 수많은 무대를 거쳐 온 연주자다. 나는 그가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나 혼자만의 비밀처럼 품었던 아티스트가 이제는 모두의 무대 위에 서려 한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을 보내며, 그의 길에 관객으로서 애정을 담아 동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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