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5학년이 되는 우리 집 둘째의 덕질 대상은 밴드맨이다. 아이돌 노래를 즐겨 듣고 있지만 그녀의 최애는 현재 드러머이고 차애는 키보디스트다. 삼애, 세 번째로 좋아하는 오빠는 기타리스트란다.
덕질하는 애미가 물들여놨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참 웃긴게, 옆에서 ‘난 00이 너무 좋아, 너무 멋있어.’ 하면 그 감정에 쉽게 전염된다. 몇 년간 크로스오버 그룹을 덕질 할때는 엄마를 따라 성악가를 덕질하던 그녀가 작년 밴드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 후에는 밴드맨을 덕질하게 되었다. 밴드맨들 중에서도 엄마의 최애 키보디스트를 함께 좋아하던 그녀의 마음은 언제부터인가 드러머 오빠에게로 향해 있었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는 그녀가 좋아하던 성악가의 생일이다.
재작년 우린 함께 오빠의 생카에 다녀왔다. 사람이 많이 밀집된 탓에 카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오빠를 보고 옴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러나 어제는 상황이 달랐다. 홍대쪽 카페에서 열린 생카는 아담했고 바로 코앞에서 오빠를 볼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다음 우리의 스케줄인 밴드 공연장으로 가자고 재촉하는 그녀였다. 어떻게 이렇게 마음이 변할 수 있는지. 그녀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 공연장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엄만 오랜만에 생카에서 00오빠 보니까 너무 좋던데, 넌 아무 반응도 없더라. 오빠가 속으로 ‘아 저 초딩은 그냥 엄마 따라 온거구나.’ 했을거 아냐.”
“엄마 따라간거 맞잖아!”
“야, 너도 오빠 좋아했으니까 오늘 스케줄을 생카들렸다 공연장 가는걸로 잡은거지.”
“사랑은 변하는 거야.”
“우와, 이제 관심도 없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한때 최애였는데, 맘이 좀 식을 수는 있어도...”
그렇게 성악가 오빠는 그녀에게 과거의 오빠로 남았다. 생카에서 나눠주는 여러 선물을 챙겨 주어도 왜 나에게 그것을 주냐는 반응이었다. 차갑다 못해 얼어버린 사랑은 참 매정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표정이던 그녀의 표정은 공연장에서 최애와 차애 오빠를 보자 활짝 펴졌다.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 배고픔을 잊고, 그녀는 세 시간의 공연에 폭 빠져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진행된 싸인회에서 나는 그녀를 위해 싸인 받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의 전담 사진사가 되어주었다. 최애, 차애, 삼애 오빠들에게 싸인을 받고 인증샷을 남긴 그녀는 늦은 밤까지 홍대 밤거리를 거닐다 귀가했다.
“엄마, 다준오빠, 은찬오빠, 경찬오빠 공연 또 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