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우리의 휴가지는 항상 바닷가였다. 그런데 지난여름엔 동해바다의 푸르름과 시원한 파도를 버리고 과감히 계곡이 있는 휴양림으로 향했다. 계곡은 나이 먹고 노인이 돼서나 가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모래를 몸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계곡을 선택했다. 휴양림으로 향하며 정선 5일장에 들렸다. 놀러 다니며 지역에 유명한 재래시장이 있다고 하면 구경을 간다. 정선 5일장은 첫째 어릴 때 구경을 갔던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갔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계절적인 시기가 달라서인지 송이버섯 상인들이 많이 보였다는 것 말고는…….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는 이상 같은 장소를 두 번 이상은 찾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선 5일장은 그 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말린 산나물이다. 곤드레나물, 취나물, 뽕잎나물등 다양한 말린 산나물이 있다. 이번엔 곤드레나물과 취나물 두 가지만 사왔다. 건나물은 오래 보관이 가능해서 사다두면 든든하다.
매년은 아니지만 정월대보름이 되면 오곡밥과 함께 나물을 해서 먹는다. 나물을 넉넉히 만들어 두면 며칠간은 반찬걱정을 안 해서 좋다. 가끔 넉넉하게 만들어 주변 지인들과 나눠 먹으면 이런 산나물은 식당에서나 먹는 거 아니냐며 신기해한다. 사실 뭐든 해보기 전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두 번 해보면 생각만큼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데 그 시작이 어렵다.
우리가 먹는 많고 많은 음식 중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맛이 있다면 이 산나물 맛이다. 딸내미는 조금씩 먹지만 아들은 그냥 ‘풀’정도로 생각해서 손도 안대는 산나물. 나물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을 아직은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그 고유의 맛과 향을 알게 되면 찾게 될 테니 이런 음식이 있음을 알려주는 걸로 만족한다.
곤드레는 쌉싸름하고 식감이 약간 쫀득하다고 해야 할까 다른 산나물과는 식감이 차이가 있다. 맛보다는 몸에 좋다고 해서 먹는 정도인데 취나물은 정말 취향 저격이다. 취나물 고유의 향과 맛은 그 어떤 나물과 비교해도 가장 으뜸이다. 산나물 특유의 쌉싸름한 맛에 달큰한 맛이 추가되고 고유의 향긋한 향이 맛을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한다.
말린 산나물을 조리할 때 가장 중요한건 얼마나 야들야들 부드러운 먹기 좋은 식감으로 삶느냐다. ‘건 곤드레’와 ‘건 취나물’은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다. 하룻밤 12시간 정도 푹 불려주고 각각의 나물을 삶아준다. 곤드레의 경우 강불에서 20분 정도 삶다 중간불로 줄여 10분 정도 더 삶아준다. 삶은 후 삶은 그 상태 그물에 그대로 1~2시간 담가둔다. 취나물도 곤드레와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되는데 삶는 시간을 조금 적게 해도 된다. 삶은 곤드레와 취나물에서 뻣뻣한 줄기 부분은 손질해서 버리고 각각의 나물을 찬물에 두 번정도 헹궈준다. 물기를 꼭 짜서 준비된 곤드레와 취나물에 다진 마늘, 간장, 참치액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린 뒤 강불 에서 볶고 약불 에서 조금 더 시간을 두어 양념에 베도록 한다. 약불에서 조릴 때 나물이 자작할 정도의 물을 약간 넣어 나물에 간이 베고 좀 더 푹 익게 해주면 좋다.
말린 시래기는 박스로 사서 한꺼번에 삶아 냉동실에 소분해두면 겨울철 이런저런 요리를 해먹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냉동실에 소분해둔 시래기를 꺼내 실온에서 녹인 후 줄기 부분의 겉껍질을 벗겨주고 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짜준다. 겉껍질을 벗긴 시래기는 조리하면 부드러운 식감이 된다. 벗기지 않으면 질긴 식감으로 고소한 시래기나물의 맛을 재대로 음미할 수 없다. 손질된 시래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후에 된장, 다진 마늘, 설탕, 간장, 참치액, 들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린다. 시래기나물의 핵심은 들기름이 아닐까 한다. 들기름을 넣어 버무린 시래기나물은 물을 자작자작하게 넣은 후 강불로 끓여주고 중간불로 줄여 간이 베게 해준다.
글을 쓰면서 보니 곤드레와 취나물도 불리고 삶는걸 한 번에 해서 냉동실에 소분해 두면 매번 삶지 않아도 되니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래기는 그렇게 냉동실에 소분해 두면서 다른 나물은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며칠 전 비빔밥을 하며 만들었던 각종 나물이 아직 냉장고에 남아 있다. 여섯 가지 나물을 한꺼번에 만들고 나니 손가락 관절이 아팠다. 뭐든 나눠서 조금씩 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을 부렸다. 매번 아침,저녁 메뉴를 묻는 아이들.
“엄마 저녁 뭐야?”
“어, 나물 있어서 또 비빔밥.”
“왜 또 비빔밥이야?”
“난 좋아!”
나물을 좋아하지 않는 아들은 왜냐는 물음을..., 둘째는 좋다는 답변을 주었다.
손가락 관절을 핑계로 오늘 저녁도 비빔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