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은 뭐니 뭐니 해도 일식집 튀김이 가장 맛있다. 입에 넣어 깨무는 순간 ‘바사삭’ 맑고 경쾌한 소리와 바삭바삭한 식감은 분식집 튀김과는 차원이 다르다. 얇은 튀김옷은 속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바삭한 식감으로 맛을 한 단계 끌어올려준다. 그 매력적인 바삭함 때문에 생선초밥을 먹으러 가서도 일부러 새우튀김을 주문하곤 한다.
첫째가 어릴 때는 손질된 냉동 새우를 사서 집에서 간식으로 자주 튀겨주곤 했다. 새우를 해동해 물로 한번 씻고 물기를 제거한 뒤, 튀김가루와 달걀물,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혀 튀겨내면 간단하지만 맛있는 새우튀김이 완성된다. 새우튀김뿐 아니라 단호박, 고구마, 연근, 가지 같은 채소를 튀겨도 맛있다. 아무리 맛없는 재료도 튀겨지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매력적인 맛으로 변신한다. 특히 고구마는 달달한 맛 덕분에 찌거나 구워도 잘 먹지만, 튀기면 순식간에 없어질 정도로 인기다.
농산물 시장에서 장을 보다 고구마를 보니 고구마튀김이 생각나 10kg 한 박스를 덜컥 사 왔다. 찌고, 굽고, 튀기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간식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오긴 했지만 양이 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식구가 많지도 않은데, 내 손이 큰 게 문제다.
고구마는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적당한 두께로 썰어 준비한다. 튀김가루를 볼에 적당량을 덜어 물을 넣어 튀김 반죽을 풀어준다. 바삭한 튀김을 원하면 반죽에 맥주나 얼음을 넣어주면 좋다는 말에 얼음을 넣어주었다. 튀김반죽에 고구마를 넣어 튀김옷을 묻혀 적당한 온도로 달궈진 기름에 퐁당. (기름온도는 튀김옷을 살짝 떨어뜨렸을 때 아래로 가라앉았다 바로 퐁 떠오르면 적당한 온도다.) 노릇노릇 튀겨진 튀김을 건져준다. 튀김옷이 조금 얇은 느낌이지만 바삭바삭 너무 맛있게 완성되어 순식간에 튀김은 사라졌다.
“엄마, 튀김 더 없어?”
“지금까지 한거 너희 둘이 다 먹었잖아. 그 많은걸 다 먹고 더 찾는걸 보니 튀김은 입에 맞는가 보다.”
“어, 튀김은 맛있어.”
평소 야채는 입에도 대지 않는 아들은 튀김을 해주면 흡입을 한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을 거라는 튀김은 정말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진 그 식감이 한몫하는데 높은 칼로리가 문제다. 아이들에게 자주 해줄 수 없는 이유다.
며칠이 지나 아이들이 또 간식을 찾는다. 한 박스 사와 남아돌고 있는 고구마를 소진해야 한다. 또 고구마튀김에 도전했다. 두 번째 할 때는 처음 했을 때 튀김옷이 좀 얇은 느낌이어서 튀김 반죽을 조금 되직하게 했더니 튀김옷이 두꺼웠다. 그래서인지 튀김이 눅눅하고 바삭하지 않았다. ‘망했다.’ 아이들의 입은 맛에 아주 민감하다.
“엄마, 바삭하지 않아 별로야. 튀김 아니고 전 같아. 그리고 이번 고구마 맛이 별론데.”
“그러게 이번엔 실패다. 지난번에 맛있었는데. 튀김옷을 너무 두껍게 했나봐. 튀김옷이 두꺼우니 고구마도 더 맛없게 느껴지네. 담엔 얇게 다시 도전.”
튀김은 튀김옷을 얇게 입히고 튀김옷 반죽에 얼음이 들어가는 게 정답인 듯 했다. 튀김옷의 농도와 두께로 맛은 천지차이였다. 기본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따지고 보면 튀김만큼 간단한 음식도 없다. 재료 손질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튀김옷을 입혀 적당한 온도의 기름에 튀겨내면 끝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다른 음식들처럼 간을 할 필요도 없고 이것저것 추가로 양념을 넣을 필요도 없는 아주 간단한 음식이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튀김옷 반죽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니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뭐든 간단한 것일수록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서예를 배울 때 간단한 획의 글자가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잡한 글자는 획들이 서로서로 가려져 체본과 비슷해 보이지만, 간단한 글자는 획 하나하나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음식도 양념이 들어가는 음식은 재료가 조금 덜 신선해도 양념 맛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간단한 음식에서는 가려지는 양념이 없으므로 기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며 세 번째 고구마튀김에 도전 해봐야겠다. ‘바사삭’ 소리와 바삭바삭 식감으로 맛없는 고구마가 꿀 고구마로 느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