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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렌 Jul 02. 2020

창의력인가 논리력인가.

Creativity?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국내에서 학교를 보내다가 이젠 해외에서 국제학교를 보내는 입장에서, 쌍팔년도 교육을 받다가 21세기 교육을 보는 입장에서 창의력과 논리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창의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사고. 둘 다 중요하고 직업에 따라 하나가 우선순위에 꼽히기도 한다. 두 가지 가치 중에 뭐 하나만 꼽아라 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조금 무리한 요구 이리라.


다만 한 개인으로서, 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서로 다른 시대의 교육을 보고 여러 직업을 가져본 사람으로서 의견은 이렇다.


난 논리적 사고가 중요한 전공과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전공을 둘 다 했는데, 사실 예술로 가는 길에서조차 창의적인 사람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예술가를 지망하는 사람조차도 창의적인 사람보다 아닌 사람이 훨씬 많다. 소위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란 남들과는 다른 사고를 하거나, 같은 상황에서 다른 솔루션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인간사 수천 년 안에 과연 새로운 상황이라는 게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은 역사에 기록된 일들이 시대와 배경만을 달리 한 곳에서 반복된다. 내게 벌어진 일이 누군가에게 벌어진다. 나조차도 비슷한 일들을 계속 반복해서 겪는다. 한 100명을 두고 보면 창의적인 사람은 1~2명이다. 각 고등학교에서 난다 긴다 하는 창의력 쩌는 애들을 모아둔 곳에서 봐도 진짜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는 10명 중 한두 명을 넘지 않는 것이다.


그림 잘 그리는 게 창의적인 게 아니고 작곡 잘 하는 아이가 창의력이 좋은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21세기는 그런 시대라며 창의성 교육을 한다고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과연 창의력이라는 게 교육으로 키워지는 것인가 하고. 과거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을 봐도 부자에 교육을 잘 받았다고 창조적인 인재가 나온 게 아니다. 창의성의 천재들은 편부편모 하에서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도 나오고 심지어는 종이나 노예, 하인 계층에서도 나왔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다수를 몰아넣고 창의성이 결여된 교육자가 짜여진 커리큘럼 하에서 키울 수 있는 능력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창의성이 넘치는 존재들이 넘쳐나는 것이 사회의 안정에 기여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각자 다른 접근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각자 다른 솔루션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여럿 모이면 대부분은 이견을 절충하다 날 새고 결판이 나지 않는다. 누가 좋냐고, 어떤 게 더 효율적이냐고 따지긴 어렵다. 결론은 우선 논의가, 협의가 되어야 시도를 해보고 따질 수 있는 것이니까.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봤을 때, 정치현상을 볼 때, 우리는 대부분 유능한 소수가 다수를 이끌고 간다. 다수가 범인이라는 이야기다.(도둑놈 말고) 이 법치국가에서 범인들의 미덕은 법을 따르고 규칙을 지키고 사회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창의력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이 아닐까?


모두가 천재이고, 모두가 수재인 것도 아니며, 모두가 '나를 따르라!'라고 외칠 수는 없다. 대부분은 따르는 사람들로 자라 한 구성원이 된다. 창업을 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창의적인 사람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냥 조금 더 주도적인 사람일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창의적인 사람들과 공부를 했지만 그중 저 사람은 다르다고 느낀 경우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였다. 회사를 다니고 사업을 하면서도, 지금 외국에서도 '이 친구, 저 선배 참 다르네?'하고 느낀 적도 드물다. 대부분은 그냥 그런 수준으로 다 고만고만하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색다른 방식의 접근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데 능숙한 사람이 평범한 수준의 조직에서 소위 뛰어난 인재라고 한다.


다시 우리 아이들들 보면, 나름 이미 벌써 다국어를 하고 꽤 안정적인 서포트를 받으며 다양한 가치를 배우고 있지만 창의적인 부분에서 교육의 영향을 받고 있냐 하면 눈곱만큼도 그렇지 않고 외려 부모인 우리 눈에는 너무 논리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느낄 정도다. 글쓰기에 어느 정도 천부적인 재주를 지닌 첫째도 그건 교육의 영향이 아닌 것이 학교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러했을 뿐이다.


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논리적인 사고력이라 생각한다. 이 사회 자체가 천재 외에는 그다지 다양함을 존중할 수 있는 체계를 갖고 있지 않고 인간은 너무 많고 너무 몰려 살며 너무 많이 부딪혀 그저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일조하는 구성원을 더 크게 요구한다. 극소수가 판을 바꾸면 일부는 그 판에 맞게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수는 그것을 따른다. 그 와중에 일부는 낙오하고, 판을 바꾸고 구축한 이들이 그 낙오자들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거둔다. 이게 현대사회다.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교육으로, 창의력과는 담을 쌓은 교육자들로 말도 안 되는 크리에이티브를 심어주려고 하기 전에 논리적인 사고력에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음악과 미술도, 여타의 예술조차도 기술과의 경계가 무너지고 이제는 단순히 창의적 사고만으로 뭔가 창조하는 시대는 끝났다. 과학기술이, AI가 창조하는 시대가 왔다. 작곡도, 요리 레시피도, 소설도 AI가 쓴다.


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창의력 교육을 하는 것을 반대한다. 가급적 다양한 가치를 가르치되, 논리적 사고로 비판하는 능력을 키우고, 문제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찾아내는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을 원한다. 자유로운 비판만이라도 허용하면, 제한하는 것만을 줄이는 것으로도 창의적인 아이들은 알아서 자기 창의력을 키운다. 규제로 가득한 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짜여진 교육 커리큘럼으로 창의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교육자들이나 부모들이 인정했으면 좋겠고, 사회와 인생에 진짜로 필요한 논리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에 좀 더 집중해주면 좋겠다.(현대 사회, 도시 사회,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규제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건 상식이니까!)





+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주입식 교육의 위대함을 외국에서 살며 느끼고 있다. 무식하디 무식한 서양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아는 게 없다. 우리 애들도 그다지 아는 게 없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교육에 대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과거 주입식 교육에 독서와 토론만 더하고 시험의 숫자를, 중요성을 조금만 덜어내면 그게 완벽한 교육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진지하게 든다. 내 관점에서는 공부/Study는 혼자 하는 거고, 학습/learning은 배우는 거다. 학교는 배우러 가는 곳이다. 공부는 학교 끝나고 혼자 하는 것이다. 90년대 고등학교를 다닌 1세대 수능을 거친 입장에서는 독서와 토론이 가미되고 영어 교육만 회화 위주의 실전 교육이 이루어지면 그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대학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쉬운데(솔직히 요즘엔 입학도 쉬운 거 같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대학은 학비만 비싸고 학습도 공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의 진짜 문제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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