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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렌 Jul 05. 2020

문제는 과밀이야, 바보야!

집값을 규제로 잡는다고?

온갖 규제를 때로는 깜짝 카드로, 때로는 요식행위로 내놓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대한민국, 서울/수도권의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데 규제를 내놓으면 반작용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만 생길 뿐이고 집값은 계속 오른다.


성매매가 규제로 잡히나? 합법이거나 불법이거나 성매매가 없는 국가가 있나? 합법인 국가라 해도 불법 성매매가 없어지는 것은 또 아니다. 성매매는 인간 역사에 없었던 적이 없다. 없앨 수 없는 걸 법으로 막은들 없어지지 않는다. 그저 불법이라고 딱지 붙이고 주홍글씨 새겨서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지 못하게 할 뿐 아무리 규제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도 존재한다. 강남과 서울 일부 상업지역의 주거용 오피스텔의 절반만 주거용이고, 나머지의 반은 에어비엔비 등 단기 숙박용, 또 나머지 반은 성매매를 위한 '오피'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집값을 성매매와 같이 언급하는 것은 이미 서울, 강남 집값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문제는 규제로 잡히는 수준이 아님을 넘어,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너무나 당연한 부의 추구에서 나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인간, 동물의 본성에 기인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 부동산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대의 가치인 '부', '이익'추구의 최고 수단이자 그 자체가 바로 '부'이기 때문이다. 이게 규제로 잡힌다?


서울 수도권의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부동산이고, 서울과 수도권에 모든 게 있는 이상 수요가 무한정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수천만 인 이상, 누구나 서울로,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이상 괴상한 규제로는 절대로 잡을 수 없다.


근로소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솔직히 청년층에도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순수한 근로소득으로는 대다수의 서울 수도권 직장인이 30년을 벌어도 2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 이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범죄를 제외하면- 종잣돈을 만들어 사업을 하거나, 자본시장에서 승부를 보거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뿐인데 이중 모두가 인정하는 불패의 방식은 유일하게 부동산, 강남/서울/수도권 부동산이다. 이건 언뜻 가장 큰 돈이 필요하다 생각될 수 있지만 눈곱만큼만 관심 있게 뉴스를 봐도 알 수 있듯 전혀 그렇지 않다. 목돈이 적어도 과감하게 배팅할 수만 있다면, 대출이 언제든지 곁에 있기에 보증금과 전세대금 등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갭 투자가 가능하다.


지금 이 나라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만 따로 부정하다고 규정하는 것도 불가능, 아니 엄밀히 심히 부당하다. 불법이 아닌 이상 집 몇 채 가졌다고 부도덕한 사람 취급하는 게 외려 어불성설이다. 돈과 이익을 추구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 그 자체나 마찬가지다. 고위 관료든 국회의원이든 그들이 대한민국 사람인 이상 집을 두 채 이상, 혹은 열 채 가졌다고 부도덕한 인간 취급하는 건 불법 사실이 드러나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 외에 그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다. 이걸 하도 이상하게 몰아가니 마치 국민들은 부에 따라,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인지에 따라 부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돈을 거부하지 않는데 왜 부자는 돈을 거부해야 하나? 왜 서민이 부를 추구하는 것은 비난받지 않는데 부자가 부를 추구하는 게 비난받아야 하나?


이건 솔직하지 못하고 부당하다.


너도 나도 안다.


부동산 문제는 과밀의 문제다. 모든 게 서울에 집중된 이상, 부동산 값은 잡힐 수가 없다. 교육도, 정치도, 경제도 모두 다 서울이 중심이고, 그 어느 곳도 단 한 분야라도 서울보다 우위에 있는 지역이 없다. 최고의 대학도 서울에 있고, 최고의 직장도 서울에 있고, 최고의 교통시스템도 서울에 있고, 가장 살기 편한 주거지역도 서울에 있다. 오르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라가 크면, 예를 들어 서울 부산 간의 거리가 2천 km 정도 돼서 부산이 황사 영향에서 벗어난 환경도시가 되는 게 가능하면, 그렇다면 거기에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좁은 이 나라에는 전혀 그럴 도시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


세계에 서울만큼 편리한 도시가 없다고 한다. 모든 게 집중된 편리한 도시를 인위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이미 모든 게 넘치도록 서울에 있다. 서울 집값 잡겠다고 서울에서 30분 거리의 수도권에 신도시를 만들어 과밀화를 더 부추기는 이상 답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신도시에 들어가는 이유도 뻔하다.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도시로 집값을 잡는다고? 공급이 문제라고? 다 기업 이익과 부자 중에서도 부를 더욱 추구하는 부자를 대변하는 논리일 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5g를 중심으로 한 첨단 도시도 다른 지역에 계획해서 만들지 않고 서울, 수도권에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신도시의 교통은 모두 강남으로 얼마나 빨리 가느냐를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서울 집값이 떨어지길 바란다? 2천만 중 일부 규제에 힘들어하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도 나머지 2천만 명 중 대기자가 그의 수십, 수백 배가 대기 중이다. 수요가 많은데 무슨 가격이 내린단 말인가.


문제는 과밀이다.


서울이 다 가진 상황에서 하나하나씩 지방 도시에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나누거나, 전략적으로 새로이 주지 않으면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 서울은 과밀의 속도만을 인위적으로 늦추고, 집값 잡겠다고 수도권에 신도시를 만드는 미친 짓은 그만둬야 한다. 규제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수도권 과밀화를 가져오는 모든 것들이다. 과밀화는 어떤 사업이든 사업성을 높이기 때문에 과밀은 총량제 성격의 법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 규제는 여전히 부수적인 것이다. 규제로는 잡히지 않는다. 국토 균형 개발, 분산 개발만이 해답이다. 컨셉이 명확한 도시를 베드타운 이상의 의미를 갖도록 강원, 충청, 영남, 호남에 나눠서 만들고 제대로 투자해야 한다. 거기에 개인과 법인 모두에게 세제혜택을 주고, 그 안에 좋은 직장, 좋은 교육시설, 좋은 주거환경을 모두 집어넣어야 한다.(세종신도시가 현재 기대 이하인 이유가 반쪽짜리가 됐기 때문이다. 그 안에 종합적인 요소가 불충분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멈추면 안 된다. 거기에 서울 내 종합대학교 서너 개, 대기업 본사 두어 개가 이전하고, 명문 고 두어 개 생기면 그때는 또 달라진다. 하지만 5년 안에 뭐가 되고 그런 건 불가능하다.) 규모는 작아도 그런 도시들이 지역마다 자리하게 하면서 10~20년 후에 지방에 2~3백만 이상의 괜찮은 도시가 몇 개 더 생겨야 한다. (그 도시들도 밀도는 제한해야 한다.) 기술은 발달하고 서울-부산을 2시간에 끊는 세상에, 30분-1시간 내에 강남에 접근하는 교통수단을 가진 베드타운 신도시가 계속 개발되는 이상 서울 집값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 결국에 인구절벽에서 인구가 한창 줄어들고 있을 30년쯤 후에도 서울,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미친 듯이 높고 시골과 지방도시만 공동화될 것이다.


규제로 집값을 잡는다는 헛소리를 믿고 기대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잘못된 기대는 접으시길 바란다. 보수든 진보든 다 똑같다. 국토 균형 개발, 인구분산, 과밀해소를 추구하지 못하는 이상 그 어떤 지도자나 어떤 정부도 그 어떤 정책으로도 서울, 수도권 집값은 잡지 못한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국토 균형 개발, 인구분산, 과밀해소를 말하지 않으면서 종부세,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 등등의 규제를 내세운다면 그게 정치인이든, 대통령이든, 고위 관료든 누구도 믿지 마시라.


(노무현이 좋고 싫음을 떠나 수도 이전을 말했던 그만이 이 문제에서만큼은 유일한 진짜였다. 개인적으로는 부동산값 잡겠다며 규제를 언급하는 모든 사람들은 다 보수이고, 다 그냥 '척'하는 거라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수란 냉전시대 색깔로 갈리는 게 아니다.)




+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명제의 옳고 그름이나 정당함/부당함, 혹은 보수나 진보의 가치에 대한 글이 아님을 굳이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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