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리는 대화 주제가 있다. 다름 아닌 '혼자 여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대부분은 나중에 혼자 여행을 가고 싶지만, 낯선 곳에 홀로 떠나서 무언가를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혹시 모르는 신변 상의 위험 등을 이유로 혼자 여행하는 것을 망설여하는 것이다. 본인의 경우에는 시도 때도 없이 국내, 외로 싸돌아 다니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혼자 여행 갈 생각을 하냐'는 말도 심심찮게 들었다. 뭐 무조건 혼자 가야겠다는 패기 어린 독립심에서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여행 갈 시간을 맞추는 것도 힘든 데다가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 별생각 없이 혼자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어두컴컴한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무서워서 함부로 여행을 못하겠다고. 맞는 말이다. 나도 밤에는 도저히 못 돌아다니겠더라. 내가 마동석처럼 온몸이 울퉁불퉁해서 맨 손으로 소도 때려잡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밤에는 어지간하면 숙소에서 혼자 틀어박혀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나 홀짝홀짝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지, 겁대가리 없이 야밤중에 거리를 활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밤에 돌아다니는 것이 무섭다는 이유로 혼자 떠나는 여행을 포기하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 중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던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해서 떠나는 것을 주저하지 마시라. 여행은 굳이 뭔가를 의미 있게 해야만 여행인 것은 아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예쁜 곳을 구경하면서 같이 간 일행과 추억을 나누는 것도 충분히 멋진 일이다. 하지만 혼자 가고 싶은 대로, 발 닿는 대로 움직이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감정과 추억들은 오로지 당신만의 것이 될 수 있다. 여수 앞바다에서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걷는 것도, 속초 바닷가의 이름 없는 등대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책을 보는 것도,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장담컨대, 당신이 당신만의 여행을 갔다 온 순간부터인생을 살아갈 이유를 한 가지 더 알게 될 것이다. 늦지 않았다. 당장 어디로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