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뉴스에서 심심하면 한 번씩 '한국인의 독서량, 세계적으로 최하위..."라는 헤드라인으로 우리나라의 낮은 독서량을 지적하곤 한다. 근거자료로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한다는 통계자료부터 크고 작은 서점이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까지, 똑같은 레퍼토리로 비슷한 뉴스를 재탕한다. 원인으로는 널리 보급된 스마트폰이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며, 고리타분한 이야기나 늘어놓으며 클로징 멘트를 날린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는데 책을 쓰려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늘어나다 못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게. 당장 브런치북 프로젝트만 해도 매 프로젝트마다 몇 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고, 독립출판을 통해서 혹은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책을 출간하려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다못해 자가출판으로 자기만족을 위해서 책을 출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굳이 책을 쓴다는 거창한 것에 한정 짓지 않아도 된다. 브런치를 비롯해 각종 크고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짧은 시부터 긴 에세이까지 다양한 글들을 써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글 한 편을 쓰기 위해서 텅 빈 공백에 텍스트를 쓰고, 지우면서 고뇌하는 것이 단순히 그것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임에도, 사람들은 그 어려운 일을 굳이 하려고 한다.
나는 내 글을 사람들이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재밌다고 해주는 게 너무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고 추천수가 몇 백 개씩 찍히는 걸 볼 때마다 희열을 느꼈고, 다음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는 게 재밌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이렇게 재밌어하고, 많이 읽는 글이라면, 책으로 만들어서 돈도 벌어보자 라는 다소 속물적인(?) 생각으로 지금껏 글을 쓰고 있다.
가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나서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오르는 것을 보거나 ,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잘 팔리는 책들을 주욱 진열해 놓은 것들을 볼 때마다, 그래도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글이나 책을 읽는다'는 게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싶다. 최근에 코엑스에서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 에서도 매표소에 입구 끝에서 끝까지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브런치 부스 앞에서 대기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전히 '책'에 대한 순수한 열정들은 살아있구나 싶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오랜 시간 사람들의 책장에 꽂혀 있을 그런 책 한 권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