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벌써 절반을 달려온 대만 환도 여행.
오늘은 타이동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정 중 하나. 동부 해안선 하오씽을 타기로 했다.
전날, 타이동 기차역에 있는 여행자 서비스 센터에서 “내일 삼선대에 가고 싶어요.”라고 하니 직원분들이 예약까지 한방에 도와주셔서 편하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친해진 대만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핑동에서 온 한 친구가 "나도 같이 가고 싶어."라고 해서 그 친구와 함께 동부 해안선 하오씽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침 일찍 기차역에 가서 친구의 하오씽 버스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해당 티켓은 출발 전날 정오까지 구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리 티켓을 예매하지 못한 친구는 승하차를 할 때마다 이지카드를 찍기로 했다.
동부 해안선 하오씽은 여러 가지 노선이 있지만, 우리는 원데이 노선 중 하나인 8101A를 타기로 했다.
8101A는 타이동 해안선에 위피해 있는 여러 관광지를 가는 코스인데,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타이동은 생각보다 매우 넓기 때문에 관광지를 차 없이 다니기에는 조금 불편한 곳이다. 때문에 시간도 없고, 차도 없는 나 같은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이런 원데이 투어가 다양한 지역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라 할 수 있다.
굳이 단점이라고 한다면, 내가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자루란’이 코스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랄까? 반나절 코스에는 '자루란'이 포함되어 있는데, 원데이에는 왜 없을까?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었기에 조금 아쉬웠다.
친구와 도란도란 수다 떨며, 드디어 오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소예류였다.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예류처럼 파도와 바람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지질 구조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었다. 추후, 타이베이 여행을 할 때 예류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실제 예류도 이런 느낌이겠지?'라며 사전답사 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소예류를 살펴보았다.
친구는 마치 전문 사진작가라도 된 것처럼 나에게 "나나, 여기에 이렇게 서봐!", "이쪽에서 사진 찍어야 해!"라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이 친구에게 한국 블로그에서 대만 여행기를 쓰고 있다고 소개했더니, 예쁘고 좋은 풍경만 있으면 "빨리 사진 찍어!"라며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내 블로그와 글을 생각해 주었다. 정말 귀여운 친구다.
두 번째 방문지였던 진준은 그냥 스치듯 가볍게 보고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방문지인 아메이 민속 중심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인데, 나는 ‘지역색이 강한 것, 오래되고 전통적인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시보다 오래되고, 흙냄새가 물씬 나는 곳을 더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여행을 하며 그동안 내가 몰랐던 새로운 취향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난 이번 투어에서 대만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아메이족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이곳을 굉장히 기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요일에는 원주민들의 공연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아메이족을 보고, 그들의 전통복장이나 그들의 문화를 보고 싶었는데, 조금 속상했다. 대신 친구와 함께 아메이족들의 문화에 대해 전시된 내용들을 살펴보고, 잔디밭에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핑동 친구는 정말 귀여운 친구였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동안 부모님께서 여행하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으셨는데, 이번에 드디어 허락을 받고 타이동에 여행을 온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 달 동안 여행을 하고 있다는 내가 무척이나 부럽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내가 대만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것처럼 이 친구는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 무척 많았다. 나는 친구의 다양한 질문에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었고, 모르는 것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봐주었다.
"나나, 너는 내가 처음으로 사귀는 외국인 친구야!"
그녀가 나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
나는 이 친구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나중에 꼭 한국에 놀러 와! 이번에 네가 여행 가이드를 해준 것처럼, 그때는 내가 여행 가이드가 되어줄게."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친절에 꼭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점심때가 되고, 슬슬 배가 고파질 때쯤, 청궁(Chenggong) 항구에 도착했다.
청궁은 작은 시골 항구 마을이었는데,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어시장 쪽에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항구 쪽에 왔으니까, 해산물을 먹을까? 하고 살펴봤는데, 확실히 항구라서 그런지 생선들이 하나같이 신선했다. 하지만 우리 둘이 먹기에는 양이 좀 많을 것 같아서 결국 해산물은 포기하고 마을 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나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대만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을 먹고 싶어. 나도 대만 사람들처럼 먹어보고 싶어."
내 말을 들은 친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지도 어플에서 무엇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루웨이 먹어볼까? 루웨이 먹어봤니?"
루웨이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나.
먹어본 적 없다고 하니, 친구는 지도에서 찾은 루웨이 가게 쪽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주문하는 법을 몰라서 버벅거렸더니 친구는 루웨이 주문을 도와주었다.
“나중에 또 루웨이 먹을 때는 그냥 직접 그릇에 담거나, 사장님한테 ‘쩌거, 쩌거(这个,这个)’하면서 주문하며 돼.”
그렇다. 우리에게는 마법의 단어 ‘쩌거,쩌거(这个,这个. 이것, 이것이라는 뜻)’이 있었다.
루웨이만 먹기 아쉬워서 마장면도 한 그릇 시켰다.
친구는 미타이무를 시켰는데, 거기에 매운 고추 양념을 왕창 넣어서 먹었다. 이렇게 먹어야지 더 맛있다고 했다. 나중에 또 미타이무를 먹게 되면 그때는 나도 친구처럼 매운 양념을 잔뜩 넣어서 먹어봐야겠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버스에서 둘 다 조금 졸았다.
버스아저씨께서 삼선대에 도착했다고 이야기하시는 소리에 깨서 비몽사몽 버스에서 내렸다.
친구가 삼선대 초입에 있는 기념품샵을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갔다.
그곳에서는 타이동 각 지역의 다양한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귀엽고 독특한 디자인의 기념품들을 볼 때마다, 한국도 뭔가 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굿즈나 특산품이 더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는 이곳에서 과자며 젤리며 엄청나게 많은 기념품을 바리바리 샀다.
“너 그거 다 들 수 있어?”
“응! 가족들이랑 나눠먹을 거야. 가족들이 좋아할 것 같아.”
해맑게 웃으면서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사는 모습을 보니 참 귀여워 보였다.
나는 더 이상 짐을 늘릴 수 없기에 가볍게 석가젤리와 추루목장 우유만 샀다.
타이동의 추루목장도 굉장히 유명한 곳인데, 이번에는 일정 배분을 잘못해서 시간 부족으로 갈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타이동에서 대한 여행 정보가 정말 적은 편이라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타이동에서의 일정을 2박 3일 정도로 짧게 잡는 편인데(그건 바로 나), 그건 정말 비추천하고 싶다.
타이동은 생각보다 정말 넓고, 볼거리도 많은데 자차가 없다면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때문에 보다 여유롭게 일정을 잡으면 좋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다시 타이동에 가게 된다면 적어도 5일 이상은 머물고 싶다. 그만큼 타이동은 아름다웠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삼선대까지는 걷지 않고 멀리서 삼선대를 구경하기로 했다.
친구와 시원한 추루목장의 우유를 마시며 더위를 달래 보았다.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