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나나누나, 유산동 우육면 가봤어요?"
"아니? 거기 어때?"
"너무 맛있어요! 꼭 가보세요!"
"오! 알려줘서 고마워!"
화롄 여행에서 만난 상하이 친구가 유산동우육면을 강력 추천해 주었다.
안 그래도 대만 음식 중 가장 대중적인 게 우육면이기 때문에
'꼭 먹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의 추천도 있었으니, 오늘 아침식사는 유산동 우육면으로 결정했다.
유산동우육면은 숙소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
대만 여행 커뮤니티에도 종종 언급되는 유명 맛집이라,
사람들이 몰릴 걸 대비해 일찍 서둘렀다.
하지만 도착하니 벌써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결국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가게는 아주 좁은 골목길에 숨어 있었다.
나 같은 길치에게는 역시 구글맵이 생명줄이다.
구글맵이 없었다면, 유산동 우육면을 못 찾았을 듯...
대만은 합석 문화가 자연스러워서
자연스럽게 다른 손님들과 합석한 채 음식을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홍샤오뉴로미엔(紅燒牛肉麵)
워낙 손님이 많아, 주문 후에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입.
고기 덩어리 크기 합격, 면발의 쫄깃함도 합격.
유산동 우육면에 걸리는 합격 목걸이.
하지만 (자칭) 미식가로서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기다릴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기준에서는 그저 평범한 우육면 맛이었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다음에 또 타이베이에서 온다면,
다른 가게의 우육면도 경험해보고 싶다.
오늘은 오전, 오후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발레학원 두 곳을 방문하는 날.
수업 사이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오전 수업 전, 화산 1914를 가기로 했다.
화산 1914는 예전 양조장이었던 공간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건물마다 서로 다른 테마로 전시를 하고 있고,
디자인 감성의 예쁜 기념품 숍도 많기 때문에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아직 10시 전...
문을 연 곳이 거의 없었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모네 미디어 아트 전시도
아직 오픈 전이라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결국,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아쉬움을 달래 보았다.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선선한 벽돌길을 잠깐 산책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을 따라 걷다 보니-
유일하게 문을 열은 스누피 팝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스누피에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팝업 스토어에는 명화나 소설 속 장면을 스누피 스타일로 재해석한 그림도 있고
귀여운 인형, 티셔츠 같은 굿즈도 판매하고 있어서 갑자기 마구 사고 싶어졌다.
그 순간만큼은,
지갑을 꺼낼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솟구치는 충동구매를 자제하느라 너무 힘들었다.(웃음)
그렇게 조금 더 구경하다가
발레 수업 시간에 맞춰 학원으로 출발!
수업 전,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한국이든 대만이든, 발레 전에 카페인 섭취는 꼭 필요하다.
왜냐면 그만큼, 발레는 힘드니까...ㅎ
대만은 편의점 커피도 맛있다고 해서
세븐일레븐의 커피를 주문해 봤는데 가격도 착하고, 맛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컵에 서울 남산타워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괜스레 뭉클해졌다.
이렇게 해외에 나와 있으면,
평소에는 없던 애국심도 피어오른다.
수업은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들과 쿨다운 스트레칭을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다.
그리고 다음 일정을 위해 네이후로 떠나기로 했다.
네이후에 위치한 학원은 수업이 오후 4시.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국립고궁박물원에 가기로 했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이
"지하철로 가는 것보다 우버가 더 빨라."라며
친절하게 우버 잡기 좋은 길목까지 함께 걸어줬다.
금세 우버가 도착했다.
"나나, 다음번에 또 발레 하러 놀러 와!"
"대만 여행 잘해!"
"안녕, 너희도 다음에 한국에 발레 하러 놀러 와."
취미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국적도 언어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인사하며, 작별했다.
우버는 큰길을 지나,
국립고궁박물원을 향해 달려갔다.
차창 밖으로 타이베이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저 멀리, 대만의 보물창고라고 불리는 고궁박물원이 보였다.
우육면부터, 화산 1914, 그리고 발레까지-
행복한 추억들이 하나하나 쌓이며,
나의 하루는 오늘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