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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Sep 13. 2020

빨간 맛

홈쇼핑 심리학 에세이 (11)

"사장님, 제 짬뽕은 아주 맵게. 청양고추 팍팍 넣어서. 아시죠?"


회사 인근 중식당에 가면 K후배는 그 특유의 큰 목소리로 늘 이렇게 주문을 한다.

저렇게 요란하게 매운맛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잠시 후 내어진 그만의(?) 짬뽕을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다른 짬뽕보다 더 빨갛고 울긋불긋한 그 비주얼은 보는 것만으로도 혀끝이 아려옴과 동시에 침이 잔뜩 고이게 만드는 것이다. 식탁에 둘러앉은 다른 사람들도 곁눈질로 그 빨간 불짬뽕을 시식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혀가 아닌 눈으로 맛을 먼저 본다. 시각적 자극을 통해 감정의 뇌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컬러별로 전달되는 감정의 뇌 자극이 다르기 마련인데, 한국 사람들은 특히 빨간색을 보면 맵고 맛있다는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이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중에 김치나 떡볶이, 찌개 같은 빨간 음식이 많아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전 국민이 사랑하는 라면이 대부분 빨갛다는 것만 보아도 그럴법한 이야기로 들린다. 수년 전 하얀 국물을 표방하는 라면이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인기는 길게 유지되지 못했었다. 그 이유가 컬러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임을 생각해보면, 보는 순간의 얼큰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음식이 꾸준히 사랑받는 일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홈쇼핑 식품 방송을 할 때의 경우를 살짝 들여다보자.

김치 방송을 할 때는 배송될 포기김치만 보여주면 너무 밋밋하므로 보통 이런저런 요리 시연도 함께 곁들인다.

삼겹살에 김치를 썰어서 같이 보여주기도 하고, 김이 나는 하얀 쌀밥 위에 김치를 올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치 방송 최고의 시연은 라면 한 젓가락을 뜬 후 그 위에 얹는 빠알간 김치 한 조각이다.


라면의 빨간 국물까지 어우러지면서 연출되는 그 화면은 방송을 진행하는 PD의 입에도 침이 한가득 고이게 만든다.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들어간 방송에서 그런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컬러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또한 다양하다.

컬러마케팅이란, 제품 선택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를 색으로 설정하여, 상품의 구매력을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컬러는 사람들의 시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함과 동시에 빠르고 견고하게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는 효과를 준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에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컬러를 부여하려는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컬러마케팅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로 코카콜라나 네이버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코카콜라 하면 연상되는 빨간색은 강렬한 이미지로 고객의 시선을 끌고 구매 충동을 유발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네이버의 초록색은 평화와 중립,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며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색이라고 한다.


물론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1초 만에 컬러 하나로 기업의 이미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효과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로고와 함께 고유의 컬러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던 것이다.




컬러가 주는 느낌을 떠올리다 보니 우리들도 저마다 내세울 수 있는 컬러 하나씩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을 컬러로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을 이미지 형태로 쉽게 기억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K후배는 면접시험장에서 이런 자기소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저는요 아주 매운, 청양고추를 팍팍 넣은 빨간 불짬뽕 같은 사람입니다..."




면접관이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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