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요 있다면 연락 주세요
이발랄씨가 제일 좋아하는 육아 마스터(?)는 하정훈쌤이다. 범람하는 육아 유튜버와 블로거들의 정보 사이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발랄씨에게 '하정훈의 삐뽀삐뽀'로 안내했다. 폭풍우 치는 바다의 등대와도 같았다. 굉장한 단호박 말투,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는 없다. 긴 거 기고 아닌 건 아니다. 엄근진 캐릭터, 그리고 가끔 건조한 지식 전달 위주의 멘트를 촉촉하게 해주는 유머감각까지. 앞으로 삐뽀삐뽀만 봐야지 생각했고, 지금도 삐뽀삐뽀는 흐트러지기 쉬운 육아의 멘탈을 잘 잡아주고 있다. 그러나 이발랄씨의 심기를 건드리는 내용이 있었으니.... 바로 아가를 억지로 재우지 않아도, 수면 의식을 통해 아기가 스스로 잘 잠에 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 * *
이 얼마나 동화 같고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매일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재우면 아가가 알아서 그 패턴에 익숙해져서 잠이 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번 같은 음악을 틀어준다거나, 같은 노래를 불러준다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인데, 나와 남편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정말 이런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남편과 나는 서로 재우는 방식이 다르다. 끈기가 약한 스타일인 나는, 일단 젖을 먹인 다음에, 우리 오늘 하루 즐거웠어, 꽤 좋은 하루였지? 내일 또 만나서 재밌게 놀자, 그럼 내일 아침까지 안녕! 하고 눕히고 바이 바이하고 뒤에서 지켜보는 스타일이라면, 남편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잠이 들 때까지 눕혀놓고 차근차근 노래도 불러주고, 따뜻하게 등을 쓸어주고 한다. 한동안 남편이 재우는 방식이 잘 통해다. 본인도 꽤 소질이 있다고 느끼고 나름 노하우가 생겨서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이때다 싶어서 나는 그럼, 부탁할게! (호호호) 하고 스륵 남편을 아가와 안방에 넣고, 바깥에서 나름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은 남편의 약발도 다했는지, 같이 어두운 안방에서, 한 사람이 재우다가 지치면 교대를 하며 재우는, 재우기 교대 근무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잠들었다 싶어서 방을 탈출하려는데, 아가가 눈치채고 앙! 하고 우는 바람에 다시 처음부터 다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지금까지 성공했던 아가의 수면 직전 행동을 적어본다.
1. 아가는 젖을 먹으면 잠들곤 한다.
(삐뽀삐뽀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이다. 등을 대고 자는 습관을 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잠이 드는 건 정말 피곤할 때 말고는... 아가는 자기 전이 제일 쌩쌩한데...)
2. 1번을 하다가 깨면 쪽쪽이를 물려서 재운다.
(하지만 요즘 호기심과 소근육이 발달함으로 인해 오늘은 드디어 쪽쪽이를 뱉어서 당기면서 갖고 놀기 시작했다)
3. 사랑해, 잘 자라고 속삭이고 기도해준다. (스윗하지만 아가에게 이것만으로는 드라마틱하지 않달까)
4. 노래를 불러준다.
(종종 효과가 있다. 근데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목 나감 주의. 음이탈 하는 노래가 민망하다)
5. 울다가 울다가 계속 울면 분유를 먹인다.
(오늘은 1번이었다가 실패하고 5번으로 성공을 했다. 주요 체크이다.)
6. 잠들 때까지 안고 재운다.
(팔이 아파서 어깨에 담날 담이 오는 부작용)
1~6번까지를 빙글빙글 돌면서 오늘까지 온 것 같다.
며칠 동안은 1번이었다가 그다음엔 4번이었다가 6번이었다가... 한다.
삐뽀삐뽀 샘, 수면 의식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안되나 봐요.
실례가 안된다면, 수면 의식은 인디언 기우제 같은 게 아닐까요...
비 내릴 때까지 하는 그런 거요...
아니면 교과서에서 나온 것만 팠더니 전교 1등 했어요... 같은 거요.
전 학원 과외 엄청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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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밤이 깊었고 아가는 잔다.
이게 육아의 근사한 매력이다. 어쨌든 하루는 끝이 난다.
오늘 하루 잘 살았다.
남편은 드래곤볼을 몇 장 보다가 졸고 있고,
이발랄씨는 브런치에 하소연 같은 글을 쓰며 하루를 마감한다.
참, 등 대면 알아서 잘 자는 아가를 실제로 키우시는 분은 댓글 바랍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