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자아실현 가운데 즐거운 방황 중
유료 조회수 0
두둥.
지난번에도 밝혔듯, 이발랄씨는 모 플랫폼에 가명으로 웹소설을 연재 중이다. 무료 연재로 쭉 쓰다가, 플랫폼의 방침에 따라 유료 연재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제는 유료 연재로 바꾸자마자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쇼킹했다. 스스로를 팩트 폭행하자면, 이발랄씨가 쓴 글은 공짜로 몇 번 볼만하지만, 돈을 주고 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유료 연재로 전환하고 첫날 아무도 보지 않았을 때에는 아팠다. 그건 마치 이발랄씨가 결혼 전 수없이 했던 소개팅에서 관심이 있었던 남자에게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어필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는 상황과도 상당히 비슷해, 중후한 마흔이 가까워져 오는 이 시점에 굳이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선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이발랄씨는 꽤 즐겁다.
소설을 쓰는 것은 이발랄씨의 오랜 꿈 중에 하나였다. 대학에 가느라,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느라, 그리고 노느라, 그다음엔 취준을 하고 취업을 해서 일을 하느라, 글 쓰는 삶은 점점 멀어져만 갔었다. 대신에 이발랄씨는 회사에 들어가서는 메일을 정말 잘 쓴다, 회의록을 잘 정리한다, 는 칭찬을 받았다. (고맙지만 젠 장인 기분) 소설을 쓰고 싶어서 글쓰기 수업도 여러 번 들었었다. 하지만 이발랄씨의 머릿속은 이미 회사일로 가득 차 있어서, 또 그 외에 인생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혹은 많다는 핑계로) 한 편의 글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에 들어오고 나서 비로소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시작은 브런치로, 그리고 브런치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웹소설이다. 그렇다, 지금 바로 유료 조회수 0인 그 녀석.
어제는 답답해서 그동안 쓴 글을 한번 출력해보았다.
얼마나 되겠어... 했는데, 100페이지가 되었다.
100페이지라니, 그건 이발랄씨가 지금까지 쓴 픽션 중에 가장 긴 분량이다.
엄청나네, 생각했다. 그리고 힘이 났다.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진 모른다. 조회수 0의 외로움과 쓸쓸함, 추위를 견디며 한 자 한 자 글을 쓰며 나아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쓰고 싶다.
글을 쓰는 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다.
새벽에 수유를 하고 아가와 몇 시간 잠들었다가 같이 9시에서 10시 사이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혹시 누가 읽었나 하고 조회수를 한번 확인하고)
아가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다.
청경채는 좋아하고, 비타민은 싫어한다.
찹쌀은 좋아하지만, 브로콜리는 별로다.
나름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면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긴 하지만
이발랄씨의 노력은 거기 까지다.
성공과 실패는 아가의 기분과 식욕, 입맛에 달려있다.
그래도 아가를 위해 이유식을 만들고 먹이는 것은 꽤 즐겁다.
아가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뒤집기는 잘하지만, 아직 기지는 못한다. 그래도 잘 자라고 있다.
이발랄씨 웹소설도 비슷한 것 같다.
일단 매일 쓰고 있지만, 인기는 없다. (젠장)
그래도 매일 쓰는 게 어디냐 생각한다.
이발랄씨 생애 가져보지 못한 성실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쓴다.
이제 곧 마흔이지만, 사회 속에서는 성장이 멈춘 육아휴직 중이지만
이발랄씨도 자라고 있다.
그게 무척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