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비결 2

풀이방법은 게임에서의 아이템과 같다.

by 최진영

게임을 할 때 기본 아이템을 가지고 그 게임을 정복할 수 있을까?


같은 판을 깰 때 기본 아이템을 가진 친구는 엄청 열심히 싸워야 하지만 아이템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친구는 쉽게 그 판을 깨고 나아간다.

아이템은 살 수도 있고, 게임을 통해 획득할 수도 있다.

아이템을 구매한 경우에는 그 아이템을 자꾸 사용해서 사용방법을 익혀야 하고,

다양한 아이템을 소유한 경우, 그 게임에 가장 적합한 무기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수학 또한 그렇다.


* 기본아이템 : 교재에 나와 있는 모범 답안

* 추가아이템 : 모범 답안 아래를 보면 다른 풀이가 나오기도 하고,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좋은 풀이를 별도로 알려주기도 한다.

* 아이템의 사용 : 모범답안도 쌓이다 보면 문제마다 사용해야 하는 풀이가 다르다.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정확한 아이템을 적용할 수 있다. 아이템이 다양할수록 쉽게 판을 깰 수 있지만 초반에 싸움에 돌입하기 전에 적합한 아이템(풀이)을 골라야 한다.

남이 하고 있는 게임을 구경만 한다면 실전에서 이길 수 있을까?


* 프로필기러 : 수업에 대한 필기가 완벽한 학생을 말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주로 사용한다. 수업시간에 스스로 풀기보다 선생님의 풀이를 기다렸다가 잘 정리하는데 집중한다. 집에 가서 다시 봐야지 생각하지만 필기에 집중하다 보니 수업을 듣는데 소홀해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복습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필기에 위안을 삼는 학생을 말한다.


*노가다 : 속어긴 한데, 풀이방법을 다양하게 알지 못해서 일단 대입해서 풀거나 식을 다 전개하고 보는 방법을 말한다. 식이 길어져서 노동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겁쟁이 : 틀릴까 봐 새로운 풀이를 만나면 적용하기를 주저한다. 100점을 갈구하지만 실제 그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 수학은 일정 부분 허세나 깡이 필요한 과목이다. 그래야 깨지고 배우는 것이 많다.


수학은 멋진 식을 잔뜩 써놓는 것보다 같은 문제라도 간단한 풀이를 찾아내는 사람이 고수다.

수학실력이 잘 늘지 않는 프로필기러, 노가다, 겁쟁이는 기본적으로 열심히 했고, 초등학교 때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90점, 100점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풀이가 딱딱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실수도 실력이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늘 정당한 말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자꾸 틀리고 왜 안되냐고 묻고 하는 과정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되 그동안의 노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에서 실수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평상시에도 틀리는 것을 너무 주저한다면 발전하기 어렵다. 작은 시험에서의 실수는 큰 시험을 위한 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고, 틀린 이유를 스스로 분석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점수로 무작정 다그쳐서는 안 된다.


버스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것 같은 아이를 엄마가 혼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응? 왜?? 왜 이렇게 못했냐고???"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는데 엄마의 언성은 높아져만 갔다.

왜 못했냐는 질문은 그저 핑계를 만들 뿐이고, 설명하기도 어렵다. 왜 틀렸는지는 아이도 선생님께 물어봐야 알게 되는 건데 말이다. 아이들은 그래서 "어려웠어"라는 말 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면 '우리 아이가 부족한 걸까? 왜 우리 아이만 어렵지?' 엄마는 해답을 찾기 어렵게 되고 쓸데없이 걱정만 늘어난다.


이유는 선생님께 묻고, 혼나야 할 부분과 아닌 부분 또한 물어보자.

잘한 부분도 있을 테고 개선할 부분도 자세히 설명받는 게 좋다.


나는 의도적으로 칭찬거리를 찾아서 어머님들께 알려드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공부도 하고 싶게 만드는 거니까. 그렇게 기운이 나야 혼이나도 주눅 들거나 수학을 어려워하지 않게 된다.


수학의 비결은 "아이들이 아이템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너무 100점을 요구하지 말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풀면서 틀려보는 것이 연습의 과정이라 응원해줘야 한다. 그러다가 점수가 너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면 안 된다. 기다림을 통해서 끝내 성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겪은 학생만이 수학을 정복할 수 있다. 실수가 많은 건지 실력이 없는 건지는 시험을 통해 계속 점검해 나갈 수 있다.


가르침은 끝없는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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