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집은 너무 쉬운 것 아닌가요?

책의 난이도와 학원의 레벨이 전부는 아닌데..

by 최진영

"집에서 문제집을 한 권 더 풀면서 복습하고 싶다면 어떤 문제집을 사는 게 좋을까요?"


첫 번째 대답은 지금 공부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적지 않고, 그에 따른 숙제도 만만치 않다. 그걸 다하고도 공부할 여력이 있으려면 아이의 문제 푸는 속력이 향상되어야 가능하고, 자습이라는 것은 일단 어머님의 의지가 아닌 아이의 자발적 의지가 꼭 필요하다.


그럼 근본적인 문제는 왜 더 시키시려고 하는 것일까?


아이가 시간이 남는 것 같아서?

그렇다면 자유시간을 주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리겠다.

왜냐하면 여분의 시간은 아이가 쉬기 위해서 열심히 집중해서 과제를 하고 얻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도 문제를 잘 푸는 친구들에게 "그럼 너는 문제 더 줄게." 하면 절대 빨리 풀지 않고 시간을 때우려고 빈둥거리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이인데, 제발 열심히 해서 만들어낸 자기만의 시간을 방해하지 마셨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아이가 부족한 것 같아서?

그럼 학원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인데, 학원에 추가 프린트나 보충을 요구해야 맞는 것 같다.

아이가 부족하다는 건 현재 진도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중인 건데, 문제집을 한 권 더 얹어주는 건 아이의 어깨를 무겁게만 할 뿐이다. 게다가 문제집은 사면 대충 풀고 버리게 하면 안 되고 한번 산 책은 끝까지 책임지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에서 풀리겠다면 진도체크를 도와주셔서 일정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도와주시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흐지부지되기 쉽기 때문이다.


전부 그렇진 않겠지만 추가 문제집은 엄마의 욕심일 때가 많고, 엄마의 조바심일 때가 많다.

학원에 맡기셨다면 그러한 불안감은 담당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엄마가 안정적으로 지원해 줘야 아이들도 공부를 꾸준히 집중해서 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 상담은 아이의 생활에 대한 안내를 드리는 것 외에 불안감을 줄여드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그래도 시키시겠다면 시중에 아이들이 많이 푸는 문제집을 중간난이도부터 하나씩 채워나가길 권유해 드린다.


그러면 대뜸 "이 문제집 너무 쉬운 거 아니에요?" 하신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실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서다. 수학의 실력은 여러 가지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스피드나 정확성은 기본문제들을 많이 연습하면서 생기게 된다. 응용력은 기초를 충실히 채웠을 때 '더 나은 풀이는 없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익히고 난 후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생기게 된다. 즉, 기초공부가 우선 밑바탕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자율학습의 경우 술술 풀리는 문제가 60% 이상 차지해야 하고 나머지를 연구해서 더 맞추는 정도의 난이도가 좋다. 너무 어려울 경우 책을 풀기도 전에 지치기 쉽고, 자신감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또한, 책을 끝까지 다 풀어냈을 때의 성취감은 공부에 또 하나의 자극이 되어줄 수도 있다.

기초 문제집들은 대부분 문제수가 많아서 이해력이 좋은 학생의 경우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초를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고, 난이도가 쉽게 느껴진다면 범위를 늘려서 빠르게 풀면서 오답을 줄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고난도의 문제집들은 문제수가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험대비나 기초문제집 훈련을 하면서 범위에 맞게 병행해서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 문제에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숨겨져 있다.

언제부턴가 평가기준이 어느 책을 하고 있나, 어느 학원에 어떤 과정을 다니고 있는가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가 똑똑하다는 기준 또한 그렇다. 만나면 언제나 그 집 아이는 진도가 어디예요? 무슨 책을 풀어요? 어느 학원이에요? 어느 반이죠?부터 시작이다. 그러다 보니 뒤처지지 않게 무리가 되더라도 높은 반으로 보내고 싶고, 학원교재가 쉬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요구가 그렇다 보니 학원에서도 쉽게 난이도를 내리지 못하고 선행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장점은 정(情)이다. 서로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주는 정이 있다. 그 장점이 지나치다 보면 참견이 되고, 비교가 된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다. 엄마만 그런 게 아니라 아이들도 자기가 배우고 있는 교재와 학원레벨이 스스로의 자신감이라 여긴다.


공부방법은 딱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최고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먼저 부모님이 중심을 바로 세워주시면 좋겠다. 누가 어느 과정을 하고 뭘 하고 있든 "아 그래? 공부 잘하나 보구나~" 하고 말자. 우리 애는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된다. 성과는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된다. 오히려 입으로 말할수록 가치 없어 보인다. 진짜 잘하는 아이 엄마는 잘한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아이의 공부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아이의 인생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뒤쳐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고3까지의 성적경쟁 이후에는 성적보다는 차별성, 즉 다른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아이의 개성과 능력이 중요해지게 된다. 중1~고3, 6년 별로 길지 않은 그 시간에 아이를 위한 최선을 찾는 일에는 옆집 엄마보다는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과의 의논이 우선이다.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이 불안할 땐 엄마도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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