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커피숍에서

학원에도 정해진 코스가 있나?

by 최진영

좀 일찍 출근해서 커피숍에서 책을 읽거나 상담을 하거나 하는 일을 좋아한다.

적당한 소음이 마음이 편하고 집중도 잘되는 스타일이라서.


정자동 좋아하는 커피숍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높은 톤으로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아줌마들의 수다에 책 속에서 억지로 빠져나와야 했다.


'아... 오늘은 책 읽긴 글렀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는 학원에 관한 이야기여서 나도 모르게 청중이 되었다.


" 수학은 **학원에서 책 ***까지 중2때까지 끝내야 하고,

영어는 거기 있잖아 ***학원, 거기 ***반 가야 하잖아..."


'아주 전문가 나셨네'

나도 모르게 언짢은 기분이 들고 말았다.


상담하다 보면 어머님들이 지금 아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진도가 느리진 않은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씀하실 때가 많은데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리 없다는 생각에 오늘 무슨 모임 있으셨냐 물으면 대부분 엄마들 모임 있었다고 하신다. 엄마들 모임 가면 대부분이 애들 자랑이긴 하다. 사실 부모님들은 그 낙에 사는 것도 많으니까.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우리 아이가 잘하면 뭐 하나라도 자랑하고 싶겠지. 문제는 그게 아니라 너희 애는 어떠냐 묻는 거다. 그러면서 진도가 느리다는 둥, 책이 너무 쉬운 거 아니냐는 둥 참견을 한다. 이게 선 넘었다는 거다.


" 어머님 전화 잘하셨어요. 걱정되시면 이렇게 언제든 전화 주세요. 지금 진도는 늦은 편은 아니고요.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다시 들어야 하는 일도 생겨요. 아이들마다 속도는 다른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서 어느 과에 보내려고 하는데? 아이 꿈은 뭔데? 이런 걸로 화제를 돌려보시는 것도 좋아요. 아이에게 필요한 공부를 시켜야죠~ "


학원에 있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이런 비교다.

이해가 느리다고 해서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자세히 보면 정확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고, 한번 배우는 건 느리지만 이해하고 나면 응용문제까지 쉽게 가는 경우도 있다. 이해가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잘한다 잘한다 해서 진도를 계속 나갔는데, 아이는 연습이 부족해서 전에 했던 내용들을 연결해서 응용문제를 푸는 데는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결론은 딱 정해진 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예전에는 강의실에 많은 아이들을 두고 앞에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수업이 일반적이었고, 그 강사의 파워는 아이들을 얼마나 많이 수용하였는지로 평가되기도 했었다. 못 따라가면 아이가 복습을 제대로 안 해서라고 생각하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걸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수업방식은 얼마나 꼼꼼하게 아이들을 관리하고 성장시키느냐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수업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좋은 학원, 유명한 학원에 높은 클래스에 들어가면 그것이 아이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건 너무나 옛날 방식이다. 아마도 엄마들이 공부하던 시절에는 그랬었겠지.


만약, 아이가 간호사가 되고 싶다면 지금처럼 선행하고 서울대 보내는 것이 중요할까?


진로가 명확해지면 해야 할 공부도 명확해진다. 그 진로 내에서 1등을 하게끔 공부시키는 건 필요하겠지만 그 진로와 상관없이 반에서는 1등을 해야 하는 걸까?


현재 나는 영재고 준비를 해주는 학원에 근무하고 있다.

여기서 선생님들이 항상 안타까워하는 점은 무리한 선행으로 내실이 없는 친구들이 영재고 준비하기 위해 많이 온다는 점이다. 차리리 중등심화와 고등학교 1학년 과정만 성실히 해주면 우리가 가르치기에 훨씬 수월한데, 학구열이 높은 동네일수록 선행의 진도에 열을 내기 때문에 아이가 자기 속도를 넘어서서 버겁게 공부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한번 밀고 나가버린 진도에 내실을 채워가는 일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집을 지어놓고 보수공사를 하는 기분이랄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아이들이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히기 쉽다는 것이다.

천천히 채워가고 연습량이 채워지면 스피드가 오르고 응용력이 생겨난다. 특히나 수학은 응용력이 중요한데, 응용력은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 저는 이렇게 풀었는데, 이 방법은 어때요?"


이렇게 배운 내용에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자신감 말이다. 틀리면 어떤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이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일인 것을.


주변 아이들을 보고 우리 아이랑 비교하지 말자.

우리 아이가 뛰어난 이해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교과과정이라는 것이 뛰어난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는 공통과정이 아닌가. 그저 일찍 시키기 때문에 이해가 아직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어려울 뿐이다. 속도조절을 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는 뜻이다. 그 이야기는 또한 무리하게 빨리가면 제대로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뜻!


늦었다는 주변의 걱정과 불안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를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커피숍에 왔으면 커피향도 느끼고 여유를 갖는 게 좋지 않을까?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