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여보~ 우리 때랑은 달라요.

by 최진영

결혼을 늦게 하다 보니 중학생 학부모님들이 보통 내 또래인 경우가 많다.

(부럽습니다~ 저도 이런 아들, 딸이 있으면 좋겠어요)


"애들 아빠가 아이 학원을 쉬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다음 달부터는 쉴게요."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공부습관도 좋아지고 있는데 갑자기?

그것도 지금 과정을 끝내고 쉬겠다는 것이 아니고 도중에 이럴 때 제일 답답하다.


진도도 중요하지만, 한번 시작한 책은 꼭 마무리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바꾸게 되면 다른 학원에 갔을 때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의 낭비도 있고, 마무리하는 습관을 익히지 않으면 책을 많이 사서 끝이 흐지부지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예전에 정석 앞부분만 까만 아이들 있지 않았었나.


아빠들은 왜 이럴까?

(물론, 모든 아빠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주도적으로 학원에 상담받고 아이를 관리하시는 아버님들도 있다.)

보통 엄마들이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빠들은 중간중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아이가 밤새 잠도 못 자고 숙제를 끙끙대는 모습을 볼 때,

'아니, 애가 어린데 뭘 저렇게 까지 해?'

'한창 성장기에 잘 먹고 쉬어야지. 건강 상한 거 아냐?'

'괜히 다른 애들도 하니까 우리 애한테 무리하게 시키고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브리핑을 듣고 결정해야 하는데 엄마들은 그 부분을 잘 설득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아빠들이 느끼기에 학원비는 턱없이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 아이가 아직 중학교 1학년인데 고등학교 과정을 배운다니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예전 학원은 자기 학년 공부에 도움을 받거나 한 한기 또는 한 학년 정도 선행이 대부분이었고, 문제집도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 내 기억에도 해법수학 천재 (표지에 주황색으로 1000제라고 크게 쓰여 있던 기억이 난다.) 한 권 정도 풀었던 것 같고 학원 시간도 2시간 내외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가서 인수분해를 처음 배웠고, 정석만 여러 번 외울 정도로 연습장에 풀었고, EBS 모의고사문제집하고 학교에서 보는 학력평가 모의고사가 공부의 전부였다. 그래도 성적은 좋았고, 성적이 좋으면 대학은 무난히 갔다. 아빠들 또한 다르지 않았을 거다. 드라마에서도 고3이 돼서 머리에 띠하나 질끈 매고 밤새 공부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고, 고등학교 되서나 대학입시에 시달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학원 선생님인데도 우리 남편 또한 무슨 애들한테 그렇게 공부를 많이 시키냐면서 나중에 그 돈 모아서 유학 보내는 게 훨씬 낫다고 이야기하니 할 말 다 했지.


그때와 달라진 건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다.

첫째는 지역을 넘어서서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거다.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날 수 없어서 입시율이 높다는 명문고에는 갈 수 없었는데,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아... 나는 이게 사실 제일 부럽다. 경쟁하는 짜릿함을 즐기던 학생이었던 나에게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발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열린 거고, 학교에서도 좋은 인재를 뽑아갈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당연히 고등학교 입시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입시성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입시에서 이제는 고교입시로 열기가 옮겨가게 된 것이다.


둘째는 고교학점제이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하여 누적하는 방식으로 졸업하는 제도로 진로에 맞는 과목만 공부하게 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중학교 때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그에 따라 선택과목에 대한 로드맵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선택과목을 가지고 입시를 잘해주는 학교에 보내고 싶어지는 것이다.


우리 때에는 공부만 잘하면 되었고, 학교 시험만 잘 보면 되었고, 진로는 대학 가서 고민하면 그만이었다. 전공과 다른 직업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나 또한 직업에 대한 고민은 장래희망 수준이었기 때문에 입시할 때 혼란이 많았었다.


안타깝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성적관리는 시작되고, 철들기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어지고 말았다.


다행인 건 학원이 마냥 지옥은 아니라는 거다.

우리는 나름 즐겁게 학원생활을 하고 있다. 학원선생님들이 좋고, 학원친구들이 좋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답이다. 학원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필수적인 사회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아빠들도 학원에 와서 설명회도 듣고, 같이 상담을 받으시면 좋겠다. 요즘은 간담회에 같이 오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긴 하다.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찾아주는 일도 학교만큼이나 중요한 시대이니까 말이다.


"라떼는 말이야 이렇게 많이 안 시켜도 공부 다 잘했어"


꼰대 같은 말은 내려놓고 엄마들의 고민을 같이 하면 훨씬 좋은 견제자, 조언자가 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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