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비행 청소년 아니고 그냥 아이들
제2차 성징이 나타나는 10세 전후부터 18세 무렵의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이 시기 아이들은 무수한 신체, 생리적 변화를 겪고 정신적으로도 전에 없던 굴곡을 넘나들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마주할 수 있는 위기 중에 '비행'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년 간 범죄심리사로서 일탈행동이나 법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는 청소년, 비행청소년을 만나왔다. 미성년자로서 지켜야 할 규칙을 위반하는 아이들, 부모나 어른에 대한 불복종으로 잦은 마찰을 경험하는 아이들, 상습적으로 학교를 결석하거나 조퇴하는 아이들, 빈번한 가출을 일삼는 아이들, 우범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 모두 내가 마주하는 아이들을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법률적 개념으로 비행청소년을 소개하자면 '현재' 일탈행동이나 법에 위반되는 행동을 했고 '과거' 범죄행위(암수 범죄 포함)를 저지른 경험이 있으면서 '미래'에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모두 포함된다. 그렇게 따지자면 범죄심리사는 자신이 만나는 한 명의 아이가 품고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묶어 넓고 길게 그리고 다양하게 펼쳐보는 일을 하는 셈이다.
촉법소년, 범죄소년, 우범소년. 들어본 적 있는 단어일 것이다. 이들은 연령 혹은 행동양상을 기준으로 구분 가능한 집단이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벌법규를 위반한 청소년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우리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달리 말하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대신 소년보호처분은 가능하다. "저는 촉법소년이니까요." 같은 말로 배 째라는 식의 당당함을 내비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소년보호처분에 대해서 모르고 하는 소리이거나 소년보호처분의 배려(처벌보다는 처우, 잠재력에 대한 지지)를 악용하는 경우다. 어쨌거나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진짜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아이들은(형사처벌, 소년보호처분 모두 불가능) 10세 미만의 아이들밖에 없다.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형벌법규를 위반한 청소년을 두고 범죄소년이라 말한다. 이들은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모두 가능하다. 이 둘을 그러면 어떻게 결정하느냐, 이 문제는 잠시 후에 다루도록 하자. 그럼 우범소년은 어떠한 아이들을 일컫는 말일까. 현재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장차 범죄를 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료되는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여기 속한다. 실제 경찰 현장에서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우범 소년으로 분류하고 밀착 관리를 한다. 때때로 상황이 심각한 경우, 범죄심리사와의 면담을 활용하여 아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범죄심리사는 경찰서에서 세 유형의 아이들을 모두 만난다. 개인 내적 요인과 청소년기만의 고유한 특성, 외적 요인 모두를 고려하여 청소년의 일탈 및 비행행동의 원인을 짐작하고 재비행 위험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 아이의 추후 처분과도 직결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몹시 중요하고 책임감이 막중하며 또 필수적인 과정이다.
앞서 잠시 이야기 나온 형사처벌과 소년보호처분을 살펴보자.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을 구분하는 것처럼 소년보호재판과 형사재판 역시 구분된다.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여는 재판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 많은 부분 다르다. 형사법원에서 이루어지는 형사재판은 처벌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한다. 반면 소년보호재판은 가정법원에서 이루어지며 처벌(처분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로 보호자 위탁, 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선고한다. 개선가능성이 많은 소년에 대해 처벌하기보다는 보호 및 교육하여 사회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입장의 소년보호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림으로써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교정 및 교화하여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때문에 소년보호재판의 결과는 소년보호사건으로 표기되고 수사경력자료로만 관리되는 것에 반해 형사재판의 결과는 전과기록으로 남고(소위 빨간 줄이 남는다) 구체적인 죄명과 형기가 표기되는 범죄경력자료로 관리된다.
따라서 소년원 또는 소년교소도라는 용어도 실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소년보호처분으로 내려지는 8호, 9호, 10호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소년원으로 배치된다. 현재 전국에 10개의 소년원이 있고 보호처분은 2년을 초과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형사처벌로 수감되는 소년교소도는 전국에 1곳(김청) 뿐이고, 선고 기간에 제한이 없는 데다 기록으로 남아 장래신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경찰서에 입건된 아이들은 자신이 최대한 처벌을 받지 않기를, 기왕 받더라도 형사처벌보다는 소년보호처분이 내려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타깝게도 소년보호처분으로 처리되는 아이들 수에 비해 범죄 내용이 심각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아이들의 수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비행의 죄질이 어른의 죄질과 맞먹는 심각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은 매년 들렸다고 한다. 안다. 세대 차이는 항상 존재했고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기는 힘든다는 것을. 그럼에도 단순히 '요즘 애들'로 가볍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저 한 때 부는 바람으로 넘겨버리기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곳곳에 지뢰처럼 숨어있다. 게다가 정말로 요즘 애들은 다르다. MZ라느니, 알파세대라느니 나름대로 정형화하기 위한 틀들이 속속 제안되고는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소년 그들 내부에서도 서로 세대 차이를 논할 만큼 많은 것이 급속도로 변하고 또 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옛날 비행과 요즘 비행은 다를까? 다르다. 고전적인 비행은 주로 빈곤과 자연스럽게 묶였다. 빈곤에 의한 불평등에 맞서는 반항, 사회적 부적응에 따른 방황이 주를 이루었다.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어 빵 하나를 훔쳤다'로 표현되는 비행들이었다. 현재의 비행은 조금 더 접근성이 높다. 놀이의 연장이 되었다. 친구의 유인으로 가볍게, 장난처럼 비행을 접하고 실행한다. 스릴이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비행도 잦다. '뭐 어때? 어차피 안 들킬 건데' 라든가 '집까지 걸어가기 귀찮은데 누구 것인지는 몰라도 자전거가 보이니 일단 좀 쓰자'에 가깝다. 과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쪽으로 변화했다.
범죄심리사인 내 앞에 앉은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고유한 사연을 품고 있다. '요즘 애들'이라는 잣대를 함부로 대지 않고 '그럼 그렇지' 같은 성급한 일반화를 지양하며 "오늘 내 앞에서의 너"에 우선 주의를 둔다. 지금의 너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있다는 비언어적인 표현이 끝내 아이들 마음에 걸린 빗장을 연다. 어른이라면 치를 떨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잔뜩 세워 날카롭게 굴던 아이들도 이내 보드라운 살결을 열어 보이며 보드랍고 연약한 속내를 꺼낸다. 유일무이한 개인적 서사로 그득한 이야기보따리로 가득 찬 아이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이다. 그저 그런'비행 청소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