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이와 함께 달린 지도 벌써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짧게는 2km, 길게는 5km를 함께, 꾸준히 달렸다. 함께 달리는 시간은 우리만의 데이트 시간이기도 하다. 하천길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의 의미가 달라졌고, 달리는 동안 나누는 대화로 말미암아 아이의 속마음을 엿볼 기회가 많았다.
1분 달리고 2분 걷던 내가 10km정도는 무던히 달릴 수 있게 되기까지, 엉거주춤 불안정한 자세로 발을 내딛던 아이가 순간 스피드는 나와 맞먹을 정도로(4분 초반 페이스다.) 달리는 힘이 붙기까지의 시간들이 포도알처럼 탐스럽게 맺혀있다.
어딘가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내가 지금 오르고 있는 계단이 어디로 향하는지, 혹은 내려가고 있는 이 길 끝이 어떤 층에 닿을지 누구도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
층과 층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현재와 미래 사이.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공간들이 결국은 삶을 지어낸다.
아이와 나, 우리는 그 사이를 달리고 있다. 알고 싶지만 알 수 없고, 때문에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숨이 차올라도,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해도,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져도 멈추지 않는다. 결국 가 닿을 어딘가를 향해 쉼 없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 ‘사이‘에서 산다. 정확히 도착하지 않은 상태로, 아직 설명할 수 없는 마음으로, 꾸준히 무언가를 견디면서. 도착한 것 같으면 또 다음 계단으로, 사이로 뛰어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