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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다짐

매일글쓰기 7일차

by 밤비


최근에야 안 사실인데 오래전의 글과 지금의 글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 두 종류의 글을 본다면 도무지 같은 사람이 쓴 글이라고 믿지 못할 만큼. 시간이 흘렀고 생이 쌓였고 내가 변했고 ... 그러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죽는다 해도 이상할 것 없을 만치 유약하고 위태로운 데다 세상을 향한 온갖 분노로 번뜩이던 글쓰기 자아. 일상 속 아주 사소한 것에서 반짝이는 유일무이한 것들을 찾아내어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지어주는 글쓰기 자아. 둘 간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전자에서 후자로 나아갔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던 건인가. 내가 특별히 기울인 노력은 아무것도 없었나.

아직은 답을 내릴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언젠가 스스로와 했던 약속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저주의 글은 쓰지 말 것, 너무 크고 깊은 미움은 글이 아닌 내 안에서만 해결할 것,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밝힐 것. 덮어놓고 밝고 좋은 이야기만 써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말만큼이나 글이 가진 위력 또한 한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약한 글쓰기 자아가 있었기에 지금의 글쓰기 자아가 있음을 안다. 다음의 글쓰기 자아는 또 무엇을 담을 지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건 누군가를 죽이기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나의 글이 당신을 계속해서 살고 싶게 만들기를 바란다. 그로 인해 나 역시 계속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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