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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응원

매일글쓰기 13일차

by 밤비

긴 연휴가 끝났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가족들과 보내는 모든 순간들에 집중했다. 온전한 딸이자 며느리, 아내이자 엄마인 시간이었다. 완전한 휴식이기도 했다.

이른 아침,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목요일이었지만 월요일 같았고, 목요일 아침의 일과를 잊을 뻔했다. (매주 목요일 아침, 아이의 학교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하고 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디엠 하나가 와 있다. 현옥 언니의 스토리에 내 아이디가 태그 되어 있다.

책을 읽다 말고 나를 떠올렸을 언니가 사진과 함께 나를 띄워두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스스로 무얼 쓰는지 검열하지 않고도 그저 매일 쓰는 이 행위의 의미를 언니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나만의 매일 글쓰기에 관한 담백한 응원의 말. 마음이 찡, 울린다. 우리 사이에 연락하는 시간이 신경 쓰였을 리는 없고 (내 기준에서) 낯간지러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줄 아는 사람이 부끄러웠을 리는 더더욱 없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이용해서 직접 연락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다정하고 사려 깊은, 감히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진하고 두터운 응원의 메시지임을 안다. 그래서 더욱더 마음이 일렁인다.

핸드폰을 덮고 서둘러 일과를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 오늘 글쓰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이야기로 채워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끈끈하고 촘촘하게 채워진 그녀의 응원이 오늘의 내가 살아갈 힘을 온전히 충전해 주었다. 그녀가 띄운 한 장의 응원이 오늘의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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