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15일차
아이의 재잘거림이 안방 문틈으로 흐른다. 아빠에게 책을 읽어주겠느라고 으스대며 그림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갔다. (티브이를 보던 남편은 느린 몸짓으로 끌려 들어갔다.) 부엌 식탁에 앉아 온 정신을 귀로 집중시킨다.
누군가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곁에 누워 듣는 일은 아이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나도 좋아한다. 아이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책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하다. 특히 아이가 진심을 다해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 연기하는 부분을 좋아한다. 오늘 그 특혜를 오롯이 받는 것은 남편이다. (그 사실을 남편도 알면 좋겠다.)
언젠가 아이가 내 책을 읽게 되는 날이 올까. 아이가 나의 글을 읽으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무엇이 되었건 지금처럼 즐겁게 연기하듯 읽을만한 책을 쓰게 될 것 같진 않은데,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실없이 웃어버린다. 나, 책 쓰고 싶구나.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