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20일차
올해 2월, 지도 교수님과 바뀐 강의실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몇 년 전부터 시나브로 일어나기 시작한 이 변화의 물결은 강단에서 바라보는 강의실 풍경을 완전히 바꾸었다. 학생들의 필기 문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분명 강의실에 노트북 한두 대가 보이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강의시간에 노트북을 여는 행위 자체가 (마치 과거 컴퓨터실에서 딴 짓을 하는 것처럼) 무례한 것으로 인식되던 때여서 용감한 학생 몇몇이 빠른 타자 속도로 필기를 대신하며 강의를 수강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노트북을 펼친 학생들의 수가 조금씩 늘었고 머지않아 노트북 대신 다양한 종류의 패드가 책상 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기구'가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는 이제 시험을 칠 때 '필기구 지참'을 필수적으로 안내해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며 못내 안타까워하셨다.
그 뿐일까. 강의 녹음은 말할 것 없고(개인 학습 용도라고 해도 허락을 받는 게 우선일 텐데!) 중요한 페이지를 설명하려 치면 군데 군데서 핸드폰이 올라온다. 해당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다. 매번 교재에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혹 교재에 없는 내용을 다룰 경우에는 자료를 제공한다고 공지하지만 소용없다. 자신의 핸드폰에 기록으로 남겨야만 안심이 되기라도 하는 걸까.
얼마 전 세미나 시간, 교수님과 나는 그만 웃음이 터졌다. 교수님과 내가 나란히 앉고 맞은편에 인턴 두 명이 마주 앉았는데 테이블을 절반으로 가른 것처럼 세미나 준비 형태가 달랐기 때문. 각자의 노트를 펼치고 펜을 손에 쥔 교수님과 나, 각자의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 앉은 두 인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모할 것이 핸드폰이냐고 물으니 몹시 당연하다는 듯한 끄덕임이 돌아왔다. "어우 얘, 너랑 나랑은 아날로그네." 교수님의 웃픈 피드백이 흘렀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얼마나 낯선 모습이었을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편을 가르고 싶은 것도, '라떼는'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약 10년이라는 세월을 사이에 두고 변화가 일어났음을, 그 변화를 피부로 직접 느끼는 입장에서 느끼는 낯섦과 어색함을 토로하고 싶은 것이다. 연필이든 펜이든 필기구를 손에 쥐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나고, 전자펜이나 키보드 앞에서 움직이는 학생들의 손가락을 볼 때면 여전히 마뜩잖은 기분이 든다. 버튼을 누르는 행위보다 스크린을 터치하는 것이 보다 익숙한 세대일 그들에게는 오히려 익숙하고 자연스러울 일상이 내게는 오랜 전통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허탈함과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그런고로 필기에 관해서만큼 나는 지독한 구식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