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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현 May 15. 2019

경계

1월은 온통 겨울이었는데

시계도 달력도 물줄기 자르는 구실로 존재한다. 잘릴 리 없는 것을 구태여 잘라 쓰려니 언젠가의 약속이 덧없다. 그럼에도 찰나에 의미 새겨 마음 묶어두는 일을 매번 저지르고야 만다. 어쩔 수 없이 혼자인 것이 축복인 탓이다. 외로움이 깊어 지치는 일 없이 사랑하게 하고 이별하게 한다. 간혹 구하지 않았음에도 구원받고 별일 없는 어느 날의 별일 아닌 것에 조각도 되지 못하고 바스러진다. 지난번과 꼭 닮은 시련에 존재의 무게가 깃털로 여겨지는 날엔 내려앉을 곳도 뜻대로 정할 수 없는데 무엇에 그리 힘이 든가 싶다. 애를 써봐야 머무는 동안도 찰나인 것을. 그래도 그 잠깐의 세상에 있어주면 안 되겠냐고 묻고는 싶다. 해 넘어온 겨울은 채비도 않고 엉덩이 달싹이는데. 겨울이 여직 사는 자리에 봄도 능글맞은 얼굴로 들어서는데. 그 넉살로 봄처럼 오면 안 되겠냐고 말하고 싶어 입술이 녹았다가 얼어붙는다. 결코 세상으로 나지 않을 말 목구멍에 가두고 다시 오늘이 간다. 지는 해도 뭉개지며 그 날의 새벽처럼 사무쳐 너는 벌써 내일에 걸터앉아 있다. 오늘까지만 너를 생각하겠다는 그래서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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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온통 겨울이었는데 계절의 시작은 왜 봄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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