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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Mar 29. 2016

세계관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태국&캄보디아편 #8

#1. 당신을 지배하는 것_뚜어슬랭

캄보디아엔 아물지 않은, 아니 아물지 모르겠는 상처가 있다.

1975-1979년, 약 4년간 폴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즈군은 자신들의 이상 사회인 '민주 깜푸치아'를 세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다. 지식인들을 학살하고, 도시의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켜 고된 노역을 시키며 고문했다. 차마 글로 다 옮기지도 못하겠는 일들이 벌어진지 채 3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나라이다.

현지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이때의 영향으로 아직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안경 쓰는 것을 꺼려하며, 이때 장년층이 대거 사망함으로 현 인구의 60%가 10~20대의 청년/청소년이라고 했다.


킬링 필드는 이렇게 캄보디아 시민들이 죽어나간 장소들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간 뚜어슬랭은, 크메루 루즈 정권 당시 고문 장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킬링필드를 방문하기 전날과 이동 중 나는 열심히 캄보디아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미리 역할을 나누어 조사한 자료를 한번씩 읽어 보고 왔지만, 한번 더 이야기를 해주며 더 자세한 설명들을 덧 붙였다. 매일을 새로 마주하는 것들에 신나 하던 얼굴들이 이날 아침만은 숙연해졌다. 


뚜어슬랭에 도착해서 총 4개의 감옥 건물을 하나하나 다니며, 내가 아는 모든 정보와 적힌 설명판을 적절히 요약하여 가이드를 해주었다. 그러나 이내 백 마디 말보다, 곳곳에 뿌려진 그 탁한 공기가 훨씬 더 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느낄 수 해주었다. 사람들을 고문했던 도구들, 가뒀던 켭켭이 감옥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들의 해골들.... 그리고 그들을 죽게 한 크메르 루즈 정권 수뇌부의 사진들과 재판 내용들. 그리고 살았으나 산 것이 아니고, 죽었으나 죽은 것이 아닌 이들의 이야기..


마음이 아렸다. 약간의 밀실 공포증이 있는 나는 차마 그 좁은 감옥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매번 그런다. 가뜩이나 숨 막히는 이 곳에서, 빨간 벽돌로 사람 하나 앉을 만한 곳만 있는 그 칸들에 나는 감히 들어가지 못한다. 


민주 깜뿌치아라는 이상 사회가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이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잔인하게 앗아갔을 까. 실제로 희생된 대부분의 사람은, 정치적 힘과 상관이 없는 그냥 민간인들과 지식인들이었다. 

어떤 가치관과 세계관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에 정당화될 수 있을까.


부끄러워졌다. 나는 나의 세계관이 무엇인지 분명히 안다. 

당신이 가진 좋은 세계관은, 이들이 가지고 행했던 이 악한 세계관보다
이 세상에 더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가. 먹먹하고 또 먹먹해졌다.


#2 당신의 눈이 향하는 곳_로열 카지노

 무거워진 마음에 맞추기 위해(?) 배를 무겁게 하려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의 점심은! 지나가다 보았던, 스파이더 식당! 캄보디아는 튀긴 식용 거미 요리가 유명하다. (외관상으로는 검은 털이 박ㄴ힌 타란튤라에 가깝다.)

그. 러. 나. 나는 짜장면으로 유명한 집에 가서 밋밋한 오므라이스를 시켜 먹었다. 되도록 현지 음식을 체험 하자는 나이지만, (사실 현지에서도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서 현지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인 바이차와 아목을 시켜먹었다. 언젠가는, 모두 함께 거미 뒷다리(?)를 뜯는 사진을 찍으리라!


두둑해진 배를 싣고 나는 팀원들을 카지노로 데려갔다. 물론! 돈을 벌러 간 것도, 잃으러 간 것도 아닌 단순 구경이었다. 굳이 이날의 여행에 카지노를 넣은 이유가 있었다. 보여주고 싶었고, 그 생각과 느낌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아띠 시절 역시, 가난한 봉사자인 우리는 시원하고 깨끗한 카지노로 '나들이'를 갔었다. 상대적으로 꾀죄죄한 우리들의 모습이 신경 쓰여 처음엔 쭈뼛쭈뼛거렸지만, 카지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도박 게임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재미로 그런 어색함 따위는 금세 없어졌다.


지난 2년간 캄보디아는, 이 카지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마을 깊숙이도 가보고, 관광지와 프놈펜 수도를 다 다녀본 팀원들도 이 곳에 이렇게 화려한 시설이 있다는 것에 흠칫 놀라는 기새였다. 태국에서도 심각하게 보았던 것이지만, 이렇게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 옆 사이사이로는 꼭 이상하게 빈민가가 존재한다. 마치, 보아라. 그 두 곳을 한 시야에 담아야만 이 나라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맞다. 웅장하고 화려한 것도 캄보디아요, 하늘을 얼기설기 수놓은 때 국물 철철 흐르는 전기선 가득한 골목 어귀도 캄보디아요, 맨발로 뛰어다니며 과일을 따먹는 평온한 나의 마을도 캄보디아이다. 

사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이 으레 '어떻게 캄보디아에서 살았어?' '거긴 전기도 없지?'라고 날 걱정해주는 말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니, 밉지는 않지만 마음이 답답해지기는 한다.

어느 나라든, 어떤 기준으로 보냐에 따라서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기준이나 인프라로만 본다면, 캄보디아는 분명히 '못'사는 나라로 싸잡아 이야기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사람 사는 데가 뭐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곳도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 똑같다.


카지노에 변한 점이 있다면, 더 많은 농촌 사람들이 도박을 하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는 프놈펜을 제외하고는 보통 농업/목축업이 주를 이루는데, 도시의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정장 차림이 아닌 우리나라의 작업복(?) 잠옷 비스름한 옷을 즐겨 입는다. 내가 2년 전에 카지노에 갔을 때는, 대부분이 아주 말쑥하게 빼입은 부유층이었는데, 이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확대 해석 인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받은 느낌을 전하자면, 코인을 내미는 그 손들은 이 곳에 어울리지 않았다. 땀 흘리며 푸르른 생명들을 돌보아야 할 그 손길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런지. 

우리의 눈과, 손은 무엇에 향하고 있을까.
내가 본 그 길 잃은 손처럼,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너무도 어색한 자리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을까.


#3. 멀리 보는 새는, 가까이도 볼 줄 알아야 한다_드림랜드


눈 부셨던 카지노를 박차고(?)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놀이 공원으로 향했다. 

재미로 각자 1달러씩만 가지고 해본 룰렛 돌리는 게임.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에 빠져, 딱 1달러만 더 달라고 조르는 구교를 떼어 와야 했던 터라 힘이 조금 빠져 있었다. (*깨달음! 이 남자 어떤가를 보고 싶다면 꼭 카지노를 데려가 보기를 추천한다. 남자의 승부욕과 도박욕?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1인당 자유이용권 6달러의 거금이었지만, 우리나라의 롯*월드나 에*랜드와는 다른 아기자기하지만 충격적인 묘미가 있는 캄보디아의 놀이공원에서 함께 놀고 싶었기에, 현지인으로 어필해 보라는 구교의 말을 뒤로 하고 당당히 24달러를 내밀고 팔찌까지 차고 입장했다.


역시나, 운행하는 놀이기구보다 느긋~하게 쉬어버린 놀이기구가 더 많았지만, 사람도 별로 없던 탓에 바이킹을 3번이나 탔다. 몸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자동으로 가는 건지 모르겠는 범퍼카도 타고, 풀 숲으로 만들어 놓은 미로에서 한참을 헤매었다.


이 날 놀이 공원의 최대 목적은 두 곳이었다. 팀원들을 꼭! 데려가고 싶었던, 귀신의 집과 관람차.

귀신의 집은, 정말 어설픈 시설에 캄보디아 현지인들이 직접 분장을 하고 아주 원초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묘한 매력이 잊히질 않았다. 


다들 그런 곳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남들은 다 '에이~ 이게 뭐야'라고 하지만,

나에게만은 잊히지 않은 냄새, 소리, 기억들.

내겐 그 단순 명료한 귀신의 집이 그랬다.


이날 여행의 모든 노고(?)를 치하하며 우리는 관람차에 올랐다. 이 관람차를 꼭 태우고 싶었던 이유는, 삐걱삐걱 아주 천천히 올라가서 프놈펜 시내를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 올라와서 봐도, 그 화려함도, 그 옹색함도 분간되지 않는데, 무엇이 우리를 다르게 하는 걸까.

잠시 프놈펜 하늘을 물들인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구교: 무슨 생각해요?
  나: 저기봐바. 멀리 봐봐. 그리고 바로 아래도 봐봐.
구교: 아 무서운데.
  나: 그치 무섭지. 어지럽지. 근데 우리는 멀리 볼 줄도 알아야 하고, 바로 발 밑을 볼 줄도 알아야 돼.


마무리는.. 노을처럼 감상적으로 하고 싶지만,

꼭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있어서 도저히 당신의 감성을 살려드릴 수 가 없다.

아니, 왜 우리 수나이퍼만 신난거지? 저 둘은 끄려 온거야? 증명사진 찍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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