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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Mar 29. 2016

나도 너도 흔들리며 자란다.

태국&캄보디아편 #9_프놈펜의 청년들을 만나다.

이 날 여행의 전체 주제는 '청년과의 만남'이었다.

프놈펜에서 최고 고등 교육을 받고 있는, 프놈펜 왕립대학교 학생들

평양랭면관에서 일하는 북한의 청년들

아메리칸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청년 대표 피넌까지.



#1. 캄보디아에서의 첫 인터뷰

2G 여행의 또 하나 색다른 점은, 여행을 다니며 꼭 1명 이상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의 인터뷰는 우리랑 똑같이 대학을 다니고 있는 프놈펜 왕립대학교 학생으로 정했고, 쉬는 날이었지만 학교에 학생들이 있을 것을 기대하며 머나먼 길을 나섰다.


현지인 친구들에 증언에 따르면, 프놈펜 왕립대학교는 캄보디아에서도 정말 '있는 집'자식들만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대학교육자체가 보편적이지 않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제일이 프놈펜 왕립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우리 네 명은 두 명씩 짝을 지어 흩어졌다. 그리고 일부러, 언어 사용이 조금 어려운 둘을 붙여놓았다.

직접 부딪히고, 깨져보아야. 오롯이 자기 것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더더욱 신경 써서 떠먹여 주지 않았다.


나랑 같이 다닌 수나이퍼도, 이번만큼은 최대한 수나이퍼가 먼저 말 걸고 대화할 수 있도록 나는 조력자의 역할만 했다. 처음에는 먼저 말 걸기 어려워하던 수나이퍼도 5분, 10분이 지나니 꽉 쥔 주먹을 스르르 피고 편안하게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야.

우리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나눈 '가치'들은

ONE DAY(어느 날) 그들에게 전해졌지만,

서로에게 무엇인가 꿈틀대며 시작하게 하는 ONE DAY(1일, 첫 번째 날)가 되리라.

수나이퍼에겐 오늘이 그날 이었겠지.

이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했구나, 하는.



#2. 인간이 가진 창조성과 예술성은 무엇을 재생산하는가.


그 더운 날씨에 캠퍼스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녔으니, 2G 여행의 <따로 또 같이> 시간이 나와야 할 때였다.

우리는 학교 정문 앞 카페에 들어가 각자 다른 곳에 앉아 그동안의 시간들과, 오늘의 시간을 정리하기로 했다.

조용히 일기를 써내려 갔다.

내가 일기에 가장 많이 쓴 말은 '이런 시간이 다시 올까?'였다.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할 기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펜을 든다.

물론 그 순간이 정말 짧은 찰나라면 펜도 사진기도 들새 없이. 눈과 마음에만 새기지만.


그렇게 차분한 오후를 보내고, 저녁을 먹으러 <평양랭면관>으로 향했다. 프놈펜엔 이곳저곳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 느끼게 해주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이 평양령면관도 그중 하나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에서 운영하는 이 식당은 10대후반~20대 중 후반 사이의 웨이트리스들이 서빙을 하다가 8시가 되면 갑자기 무대로 나가 엄청난 공연을 한다.


북한의 정치체제에서 이런 외국에 나와 일을 하고 있을 정도면, 얼마나 엘리트들일까.

저 정도의 공연을 해내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피나는 연습을 했을까.

이 식당에서 일하는 것 이외에 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캄보디아의 너른 들녘과 하늘을 누릴 수 있을까.

궁금한 것이 한 가득 이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한 편으로는, 내가 그들을 안쓰러워하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 편견이 오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북한의 아리따운 청년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40~50대의 남성들을 보았다. (평양랭면관의 80% 이상의 손님은 한/중/일의 남성들이다)

그들이 가진 예술성과 창조성은 무엇을 재생산해내고 있는 걸까.

인간이 가진 예술성과 창조성은 무엇을 재생산해야 하는 것일까.



#3. 캄보디아의 청년 대표, 피넌

대놓고 사리사욕 채우러 온 프놈펜에서는, 대놓고 내 친구 만나기 프로젝트를 펼쳤다. 그리고 진심으로, 우리 팀원들이 캄보디아 청년과 소통함으로 진짜 캄보디아의 이야기를 듣길 원했다.


이것이 두 번 말해 입 아프고 턱 아픈 2G 여행의 묘미다.

정해주는 관광지가 아닌, 그 땅에 발 붙이고 진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


피넌은 내가 아띠 시절 만난 ymca봉사자였다. 피넌을 보며 뼈저리게 느꼈던 한 가지는, 영어는 '언어;라는 것. 살아있는 언어라서,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쓴다면 1~2년이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 아- 우리는 십여 년을 영어라는 '학문'을 배웠다. 나도 영어가 살아있는 '언어'인 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기에. 피넌은 미국인 친구랑 같이 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언어가 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니까,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까지 공부하냐며 너스레를 떤다. 맞아. 그게 뭐라고.


우리는 함께 숙소 근처에 있는 나이트 마켓을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야시장의 묘미! 생과일 주스를 먹으며 2년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피넌, 2년간 뭐하고 살았어? 나 안 보고 싶었어?

피넌: 하나도 안 보고 싶었지. 하하. 난 태국에 잠깐 가있었다가, 지금 그 미국인 친구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있어.

나: 와~너 출세했네. 잘됐다. 일은 재밌고?

피넌: 응. 힘들긴 하지만.

나: 근데 피넌, 내가 오랜만에 캄보디아에 와보니까, 거리에 젊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이 줄지 않은 것 같아. 맞니?

피넌: 응 맞아. 오히려 늘고 있는 것 같아.

나: 나도 추측은 하고 있지만, 네가 생각하기에 거리의 여자들과 아이들이 느는 이유는 뭔 거 같아?

 피넌: 일단, 베트남에서 넘어와서 그런 향락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리고 한번 그렇게 돈을 벌기 시작한 젊은 여자들은, 씀씀이도 커지고 계속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지. 보다 쉽게 돈을 벌 방법을 찾는 것 같아.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돈 벌고 사는 게 더 쉬우니까. 심지어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그것을 원해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나: 하...

피넌: 그래서 나도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오면, 돈을 쥐어주면서 꼭 말해. 너희들 이렇게 돈 벌지 말고, 학교 가서 공부해야 한다고. 정말 딱 한번, 친구들이 끌고 가서 그런 여자가 있는 술집도 가봤는데, 거기 가서도 그 여자애에게 말했어. 꼭, 공부하라고.

나: 피넌, 문득 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로 감사하다. 이 캄보디아에 너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외치는 청년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해. 넌 캄보디아의 희망이다!

피넌:아.. 뭐야. 부끄럽게

미래가 불투명해 보일 수 있는 이 곳에도, 희망을 품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청년이 있다.

청년이기에, 가장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청년이 있기에.

이 나라는 비전 있다.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던가.
아픈데, 아픈 걸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 청년이지 않을까.
나도 너도 흔들리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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