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10
프놈펜에서의 폭풍 같던 나날들을 지내고, 마지막 여행지인 꺼꽁으로 이동했다.
이동시간이 거의 하루를 다 잡아먹었기에, 이날은 별다른 일정 없이 밥만 먹고 쉬기로 했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지칠 만도 한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창 밖을 내다봤다.
마주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순간으로 지나간다.
스쳐 지나갈지라도, 마음속에 깊이 남는 것들이 있다. 지금처럼.
꺼꽁에 도착해서도 발을 땅에 대기도 전에 뚝뚝 아저씨들이 몰려왔다.
보통 이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피하고 한참을 떨어진 곳 까지 걷다가 뚝뚝을 잡지만, 이 곳은 전혀 지리정보가 없는 곳이라서 그냥 인상 좋은 아저씨를 붙들고 목적지&가격을 협상했다.
뚝뚝이 막 출발하려는데! 뭔가 없어진 걸 깨달았다.
몸에 문신처럼 붙이고 다니던 보조가방을 의자 밑에 흘리고 온 것이다!
그렇게 팀원들한테는 짐 챙기라고 야단이었으면서, 정작 내가 가장 중요한 것들이 담긴 가방을 놓고 온 것이다! 부리나케 달려가 버스를 붙들고 가방을 찾으러 들어갔다.
아. 가방은 무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멋쩍은 얼굴로 뚝뚝이로 돌아와 팀원들을 보며 두 손 모아 사죄했다. 지난번 오토바이 사건(?)도 그렇고, 가장 많이 닦달하면서, 가장 위험한 인간이 늘 나다.
이 정도 인간미는 갖추어야 하지 않겠냐며, 화제를 돌렸다. 꺼꽁의시작, 범상치 않는구먼.
5분을 채 안 가서 내린 곳에는, 바다 바로 앞에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있었다.
아~ 바다다.
바로 앞이 물이 투명한 바다는 아니고, 그건 배 타고 멀리 나가야 했지만, 그래도 바다다.
바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이다.
여름바다, 겨울바다, 부산 앞바다, 여수 밤바다, 그리고 꺼꽁의 바다.
그 어느 곳이든 '바다'라는 단어가 붙으면 심장이 쿵쾅쿵쾅, 금방이라도 바닷내 맡으며 마음이 잔잔해지는.
문득,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하나, 캄보디아의 하나, 청년 하나, 어른 하나..
내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그 이름만으로 누군가를 설레게 하고, 잔잔하게 만드는.
그런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노을 진 바닷가를 거닐다 저녁을 먹고, 꿈에 그리던 열대과일 화채! 를 해 먹기 위해 시장으로 갔다.
내가 사랑하는 용과, 롱안(리치?), 망고스틴, 수박 그리고 사이다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보기에는 조금 거시기 하지만,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열대과일 화채였다. 수박 한통을 비우고 나서야, 음료수 하나씩 들고 노을 진 테라스로 나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절로 노래가 나왔고, 자연스레 함께 이어 불렀다.
노을빛에 녹아든 눈빛들이 각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날도 가까워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