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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Feb 02. 2019

광주시립미술관_당신 속의 낙원

미디어아트 전시

#프롤로그

 광주는 예술성이 짙은 도시이다.

예술과 창작이라는 분야가 은근히 자본력에 비례하고 있는 시대에도 이 작은 도시는 꿋꿋이 자신을 '의향'에 더불어 '예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 주장을 지지하는 나는 광주에 오면 어김없이 비엔날레, 시립미술관, 아시아문화전당 혹은 작은 갤러리들을 찾는다. 오늘은 시립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광주에 오면 송정역시장, 충장로, 펭귄마을에 더해 이런 미술관들도 찾아가 보길 권한다.)


<당신 속의 낙원_Media YouTopia>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아트전 중인 시립미술관으로 향하며, 어린 시절 보기만 해도 설렜던 무지개다리를 지났다.

이 다리를 지나면 어린이대공원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유토피아

 현대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이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 줄지, 디스토피아를 가져올지를 묻는 뻔한 질문은 언제나 인간에게 흥미롭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있는 것을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꾸며내는 실존과 환상의 경계가 무섭고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예외점

"모든 액체들은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서 일정하게 밀도가 증가하지만 물만이 예외적으로 섭시 4도씨에서 최대 밀도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 온도를 예외점이라고 부르며 이 온도에서 물이 지닌 잠재력은 최고조에 달하여 최대 영항력을 행사한다." _정기현 작,실험실-예외점 +4˚C

 수조관, 현미경, 양모로 지구를 표현한 모형, 벽에 써진 +4˚C... 전체적인 구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으나 작품이 설명하는 바를 이해하긴 어려웠다. 예술에 대한 조예가 없어도 그저 느껴지는 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 위안 삼으며 성지순례하듯 작품의 주위를 몇 바퀴 돌았다.


 이 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저 지구 아래에서 꽤 밝은 표정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심지어 줄을 서서 찍어간다. 2036년 사라질 대륙들을 경고하며 양모와 머리카락으로 만든 지구 그리고 그 위의 영상으로 투사되는 바람과 공기는 우리의 인스타그램용 사진 속에서 그저 밝은 지구로 보일 것이다. 해학일지 풍자일지 모르겠다.


#존재와 실존

무엇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실존하는 높은 건물(개발과 자본주의의 상징으로서)을 재해석한 미디어아트였다. 사람이 앞쪽으로 다가가면 움직임에 반응해서 다른 형상이 생기고 움직인다.

 천막이 쳐져있던 방, 들어가니 조금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와 푸른빛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것이 '실제'가 아닌 것임을 알았을 때 오는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겠다.


 동행한 친구에게 말했다. 언젠가 우리는 물을 그리워하며 파란 조명을 켜고, 흔들리는 나무 잎을 빔으로 쏴서, 물소리를 ASMR로 닫고 있을 것 같다고. 아! 이미 그렇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장작이 타는 영상을 켜놓고 장작불 타는 소리를 들어야만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이 드는 현대인들이여.


#모든 실제 하는 것들의 기록

실존하는 두 존재

 이 전시회에서 '살아있는'존재는 이 작은 물고기들 뿐이었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작품은 실존(實存_구체적, 실질적으로 존재함)한다. 그 속에서 흐르는 물도, 돌아가는 지구도, 바람결도 진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 즉 '생명력'을 지닌 존재라고 표현할 수 있는 기준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더 이상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인간을 증명하는 명제가 되지 않는다. 딥러닝을 통해 AI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 미디어의 시대,

존재의 실존과 생명력 있는 존재간의 경계가 모호할지 모른다.

나의 실존을 증명할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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