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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Oct 24. 2019

어쩌다 블라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1일 차

Prologue.

어쩌다 만난 사람들의 어쩌다 퇴사 그리고 비전트립.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

#퇴사여행
 야심차게 10월 첫 주를 휴가로 잡아놓았는데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해버렸고, 임금체불과 함께 나의 휴가는 어쩌다 퇴사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런 획기적인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우리의 여행을 퇴사 여행+비전트립, '퇴비트립'으로 명명하며 개인 SNS에 이런 컨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우리가 여행 기간 동안에 좋은 영양분이 될 무언가를 뿌리고 오고, 우리도 새로운 국면의 삶을 살아갈 영양분을 얻고 오자고. 그렇게 입만 열면 성찰과 통찰을 벗어나지 못하는 진지한 자매의 어쩌다 퇴비트립이 시작되었다.


#어쩌다만난사이

 이번 여행을 함께 떠나는 H 언니는 2019년, 올해 초에 소개 받은 사람이다. 나의 고향 동네, 산수동 골목 22년 지기인 J 언니의 전 회사 상사이자 현 룸매인데 성수동에서 회사를 다닐 때 밥 한끼 먹다 나눈 대화를 시작으로 횡재한 인연이다.


DAY 0

#떠나는날

 그렇게 고운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날, 캐리어를 끌고 홍대입구역에서 언니와 만났다. 우리는 묘한 감정의 표정을 얼굴에 잔뜩 이고 지고 공항철도에 올랐다.

이제는 공항의 공기가 마냥 설레지는 않는 나이가 되어버린 어른이들이지만, 능숙한 출국 수속 절차가 싫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 새로운 것들이 있다면

1. 누군가와 단 둘만 가는 해외여행이 처음 (주로 혼자 가거나 단체로 가거나)

2. 해외에서 와이파이존 말고 핸드폰을 쓰는 게 처음(나는 여행 중 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3. 아이폰에 유심을 빼는 게 존재하는지 처음 암(유심이란 녀석을 처음 써봄)

4. 캐리어를 들고 여행 가는 게 처음 (배낭은 나의 요상스러운 자존심이었다.)

+ 나는 여행에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인지라.. 여권도 무조건 도장을 받는 것을 택한다!


#본격 인터뷰 여행의 서막

누구도 그러자고 기획한 적 없고, 일로 가는 출장도 아닌데 기획과 컨텐츠 제작이 습관인 기획자와 마케터는 끊임없이 서로를 인터뷰 중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여행에서 해보고 싶은 일탈이 있다면?” 

.........

나에게 여행이란, 가장 날 것의 나답기도 하고 나답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도 해볼 용기가 나는 것이다. 지극히 계획적인 현실주의자가 옆구리 한편에 늘 끼고 다니던 <그리스인 조르바>를 들어 펼치는 순간이랄까.

아무튼간에 두 번 와본 마냥 무사히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리는 유심을 촥-끼고 ATM에서 돈을 촤라락-뽑아서 막심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다.


#러시아틱호텔

 새벽 3시, H언니가 알뜰살뜰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굳이 더 친절하게 웃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알려줄 것은 다 알려주어 방으로 잘 인도되었다. 과장을 약 0.5 정도 보태어 미니 자이로드롭 같던 엘리베이터를 타니 다분히 이국스런 분위기를 가진 숙소 방이 나타났다. 이 피곤한 몸을 누이고 아주 조금~ 수다를 떨다 잠이 들었다. 스파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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