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전철에 나란히 앉으면
옆자리의 흔들리는 인생이 머리를 기울여 올 때가 있다.
까딱까딱 조금 헝클어진 머리가,
고된 술냄새가 어깨에 닿을까
나도 몸을 기울인다.
그러다 아차차
나도 원래 잘 기대는 사람이었던 것을 기억해낸다.
버스 같은데 앉으면
기어이 생면부지 사람에게도 기대고야 마는
머리가 부끄러워 부러 잠을 참기도 할 만큼.
또 언제는 닿을 수 없는 너의 등짝이
참으로 따뜻할 것 같아 흘긋거리기도 하였던 나를
기억하고야 만다.
잊은 채 사는 것이 태연해질 때쯤
느닷없이 찾아오는 균열이
서로에게 어깨 한쪽 내어주지 못한 채
서로를 등졌던 동굴에
볕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