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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May 08. 2020

오늘의 시 <옴팡밭에서도>

제주도 너븐숭이의 기억


괜스레

칼 날 같은 솔 잎 하나를 꺾어

손을 찔러본다


나는 솔 잎 하나

제대로 짓이기지 못해

굳은살 배긴 손 끝마저

아리다고 동동 구르는데


옴팡밭에 홀로 누운 너는

어땠을까


너를 보는 나는 괜찮은가

왜 괜찮게 사는가

손을 뒤집어 보았다


-


/ 제주도 4.3 사건

북촌 주민 학살이 있었던 옴팡 밭에서.

(사람들이 무 뽑힌 것처럼 죽어 널브러져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옴팡밭’.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삼촌’의 글귀가 비석이 되어 여기저기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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