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지기의 희희한 인터뷰
당신이 기뻐하는 순간, 그 찬란한 모습이 궁금해요.
일상과 비일상 그 어디에 놓인 기쁨을
함께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쁨터뷰 Take 4.
#이진
<유퀴즈온더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최근에 본 이야기 중 배우 진기주 씨의 영상이 인상적이었는데, 대기업 사원에서 기자, 기자에서 모델, 모델에서 배우가 되어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적잖은 울림이 있었다. 그 직업들이 대단하게 느껴져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그 담담함이 멋졌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눈빛이 아름다웠다.
보편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직업 하나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꼭 여러 개의 직업을 가져야 ‘앞서가는 것’, ‘대단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사람들이 그러한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다른 삶을 시도하는 이들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네 번째 쁨터뷰이 진님의 이야기 속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길.
#사람진
스물일곱의 이진은 어떤 사람인가요
꽤 멋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의 10대, 20대를 보내고 보통의 결혼을 하고 그냥 남들 사는 30대를 살 것 같았는데, 현재 다니는 직장, 간호사의 삶에도 만족하고 20살 이후로 신앙적인 면에서도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고 중고차를 살 만큼의 경제적 여유도 있어요. 게다가 간호사라는 직업 외에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복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정말 큰 복이네요.
사실 안정적인 직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고정적 수익과 직장이 있으니 내 취미를 어떻게 잘 활용해볼까 생각할 수 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진님은 간호사이자 (조화)플로리스트이기도 하시죠. 조금 달라 보일 수 있는 두 캐릭터를 갖고 있네요.
처음에는 승무원이 되고 싶었어요. 여행을 다니는 것이 멋있어 보여 선망의 대상이었달까. 이모가 승무원, 어머니가 간호사셨는데, 의료를 공부한 승무원을 따로 뽑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간호를 전공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우선은 간호 쪽을 택하게 됐어요. 막상 가서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하하하. 꽃은 학교 근처에 고속터미널이 있어서 꽃시장 구경을 자주 가다가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2~3시간을 돌아다녀도 10분처럼 느껴질 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더 살려 보면 어떨까 하고 시작하게 됐어요.
운영 중이신 인스타 계정 이름이 참 예쁘던데요, ‘블레싱 플로럴’은 어떻게 짓게 되셨어요? 생화보다 조화를 고른 이유도 궁금하고요.
저는 축복이란 단어에 감동을 받는 거 같아요. 누군가를 축복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너를 축복해’라고 말할 때 상대방이 그걸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덩달아 저도 기뻐요. 조화를 고르게 된 것은 아무래도 생화는 다루기 어렵고, 상시로 구비하기도 어려우니까?
진님은 꽃다발에 축복을 담아 전달하고, 저는 쁨터뷰에 기쁨을 담아 흘려보내 셈이네요. 전하고 싶은 가치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담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에요.
맞아요. 현재 수익금의 일부를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있는데요. 꽃은 재고가 쌓여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 되니까 이래저래 선한 것이 남는 장사예요.
오 그 재고 저희도 좀! 공간 희희 플로리스트로 임명합니다. 희대표님 희피리 열일하고 있습니다 휠릴릴리!(*희피리는 희희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일을 맡은 쁨지기의 닉네임이다.)
와하하 진짜 너무 좋아요. 오픈하면 꼭 불러주세요.
#진의기쁨
사전 질문지에서 요즘 정말 기쁘다고 대답해준 그대! 최근에 당신을 가장 기쁘게 한 한마디는 어떤 말이었어요?
‘네가 있어서 너무 좋아. 네가 필요해’와 같은 말에 기쁨을 느껴요. 누군가 저를 필요로 해준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에요.
저는 공간 희희 전담 플로리스트가 너무 좋습니다! 짝짝짝짝
하하하. 또 제가 무언가 선물했을 때 그 사람이 좋아하는 반응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에요.
아까 꽃다발 받았을 때 연트럴 파크에서 백덤블링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허허허. 진님은 표현을 잘해주시는 분 같아요. 선물도 그렇지만, 제가 뭐라고 저를 만나게 된 기쁨을 이렇게 숨기지 못하고 표현하시니 쑥스럽네요 살짝!
특히 ‘기쁨’이란 단어에 끌림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언니 인스타를 처음 봤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피드를 보면 그 사람의 무드가 느껴지는데, 이 사람은 진짜로 기쁜 삶을 사는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특히 그 샬롬 맨투맨 입고 찍은 사진을 봤는데, 빵 터진 모습으로 웃는 게 인상적이었달까?
진정으로 기쁜 사람인데, 그 기쁨이 확실히 드러날 때 그게 웃음에 나타나는 느낌이랄까. 언니에게서 느껴지는 기쁨은 제 또래에서 쉽게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제가 모르는 사람 잘 팔로우 안 하는데, 기쁨의 에너지가 너무 좋고 이 사람이 궁금했어요. 밝은 거랑 기쁜 거랑은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기쁘지 않아도 밝게 보일 수는 있거든요. 저도 일 할 때 종종 그래요. 근데 언니의 기쁨은 정말 진짜 같았어요.
단단히 속고 계신 것 같은데요? 하하하하
제 눈에 언니 이미지가 너무 좋았나 봐요. 작업 멘트 같긴 한데, 선한 영향력을 많이 주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그래서 책모임 하신다고 했을 때도 바로 신청했죠. 쁨터뷰에도 용기냈고요.
쁨터뷰를 신청하면서 더 기대했던 점이 있나요.
(칼답) 당연히 언니를 만나는 거죠.
와 이런 멘트를! 저를 만나서 뭘..
(시킨거아님) 언니는 기쁨이니까요.
흠흠. 제가 원래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긴 해요. 하지만 ‘기쁨’ 이란 걸 생각할 때는 마냥 밝고 좋은 것을 떠올리는 것은 아니에요. 기쁨이란 단어는 슬픔의 가치를 알 때 더 깊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삶의 크고 작은 슬픔들이 진짜 기쁨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해요. ‘기쁨주의자’라고 단어를 쓰는 이유에도 그런 생각이 담겨 있는데요, 진님처럼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어떻게 이 사람은 항상 기쁘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하실 수 있는데 사실 저는 기쁨을 쟁취하기 위해 꽤나 호전적으로 살아간답니다. 밀려드는 무의미와 공허함 슬픔들이 제 삶에도 많지요. 언제든 도사리고 있어요. 기쁨은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꾸 기쁨을 숨기지 않고 표현해요. 그러다 보면 습관이 되고, 근육이 되더라고요.
너무 멋져요 진짜. 진짜!
아이고, 어서 넘어가야겠네요. 이진님에게 기쁨을 주는 무언가가 있나요? 저는 자연에 대해 기쁨을 진짜 많이 느껴요. 꽃이 피고 지는 거 바람이 부는 거 계절이 바뀌고 해가 뜨는 것들.
모찌요! 제 강아지가 진짜 귀엽거든요. 우리 모찌는 정말 순종적이에요. 제가 귀찮게 하면 싫어하는 게 보이는데도 도망가는 게 아니라 한숨을 쉬면서도 받아준달까. 그게 되게 감동이에요. 이 작은 생명도 심장이 콩콩 뛰는 게 신기하고. 쪼그만한 애가 저에게 큰 기쁨이 된답니다. 모찌를 사랑하면서 사랑받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요. 또 저를 사랑하는 존재들이 느낄 마음에 대해서도요. 아, 이렇겠구나.
모찌가 진님께 큰 기쁨이 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엔 기쁨을 잃고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아요?
최근에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제가 힘들 때 읽었던 책을 선물해 줬어요. 제가 받은 위로를 그 친구도 받았으면 좋겠어서. 그리고 어떤 큰 기쁨도 큰 슬픔도 영원하지는 않다고도 말해주고 싶네요.
기쁨의 반대말이란 게 있을까요?
음…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고통 아닐까요?
저도 자주 고통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온전한 기쁨은 나 혼자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함께 기뻐하기 위해서는 고통의 곁과 고통의 곁의 곁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진님이 보시기에 어떤 삶을 기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표정에서 드러나는 면이 제일 큰 것 같고 그 사람이 하고자 것에 담긴 가치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언니요! 언니 좋은 일 많이 하셨잖아요.
네?;;
어떤 사람의 삶이 아름답고 멋져 보여서 그 사람의 영혼이 가진 가치가 궁금해진다면, 그게 선한 영향력 같은데요. 그런 삶이라면 기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는 사람도 보는 사람에게도. ‘기쁨’이라는 주제로 누가 컨텐츠를 하겠어요. 용기도 있어야 하는 것 같고. 혼자 하는 것도 힘든데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하면 감내할 것이 많을 것 같아요.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죠.
저는 사실상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예요. ‘하고 싶다.’ ‘같이 하면 좋겠다.’ 생각보다 단순해요. 다만 제 정체성과 삶의 방향이 확실해서 무엇을 하던 그 손바닥 안에서 노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자유하되, 있어야 할 곳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나가며
오늘의 쁨터뷰는 어떠셨나요?
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너무 재밌네요. 대화할 때 최대한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건 공식적으로 제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는 순간이니까 특별한 것 같아요. 언니는 너무 멋있는 사람인데 내가 뭐라고.. 이런 느낌이어서
아 그만그만.. 제발요 후-
쁨지기에게 한마디, 그리고 신청하실 분들에게 추천의 말!
다음에 꼭 또 봤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라고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너무 재미있었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하시는 분들께는 진짜 복 받으셨다고 말하고 싶네요! 좋은 시간이실 거예요 너무너무 좋았으니까!
*쁨터뷰로 그대의 기쁨을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인터뷰 신청을 해주세요:)
insta. @soso_rej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