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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May 25. 2021

오늘의 시 <그림자>

출근길. 비오는 날의 시 추천

한 나무가 서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을 이기지 못하고

가지들은 먼저 숨을 거두었다


한 나무가 서있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해가 내리 쬐고

이파리들은 바스라지며 작별했다


한 나무가 서있다

서슬퍼런 쇠 끝이

나무의 팔을, 심장을 차례로 도려낸다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본다

날마다의 신음 속

너는 누굴 원망할 수 있었을까

애꿎은 눈물이라도 대신 흘린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림자였음을 깨닫는다

너의 모든 것이 아니였음에 안도한다


아득한  

돋아나는 푸른 이파리에

고오이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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