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비오는 날의 시 추천
한 나무가 서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을 이기지 못하고
가지들은 먼저 숨을 거두었다
한 나무가 서있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해가 내리 쬐고
이파리들은 바스라지며 작별했다
한 나무가 서있다
서슬퍼런 쇠 끝이
나무의 팔을, 심장을 차례로 도려낸다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본다
날마다의 신음 속
너는 누굴 원망할 수 있었을까
애꿎은 눈물이라도 대신 흘린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림자였음을 깨닫는다
너의 모든 것이 아니였음에 안도한다
아득한 발 밑
돋아나는 푸른 이파리에
고오이 무릎을 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