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의 기록
"은지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을 특별하게 살 수 있어?"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를 통해 보이는 나의 하루가 누군가에겐 꽤 특별하게(혹은 특이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공간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사람들을 모아 끊임없이 일을 벌이는 모습과 그런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호감 혹은 호기심을 보인다.
언젠가는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별 것 없는 나를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보이게 하는 그 비결에 대해 거짓 없는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유퀴즈온더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 '미라클 모닝'으로 유명한 김유진 변호사님이 나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내가 특별하면 평범한 하루가 좋고 특별하지 않다면 특별하게 살기를 원한다..."
나는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 것도,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이쯤에서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으잉?'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그런데 왜 그렇게 사는 것이냐!' 묻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저 특별한 나를 지키고 싶다. 이미 특별하게 지어진 나의 본래 모습을 그 안에 균열을 내려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다. 먼저 칼을 찔러 성취하는 것이 아닌, 방패를 들고 지키는 모습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밀려오는 일상의 무의미에 맞서기 위해 글을 쓰고, 지나는 계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가사를 쓰고, 함께 하면 재미있고 의미있을 것 같은 일을 기획해 판을 벌리고, 그렇게 모인 이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본다.
하지만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시간은 이보다 더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다. 너무 늦지 않게 아침을 시작하는 것, 이불은 꼭 개고 집을 나서는 것, 일주일에 한두 번은 식재료를 손으로 느끼며 밥을 지어먹는 것, 빨래는 밀리지 않게 제때 하는 것, 마음을 나눈 식물 친구들에게 물과 바람을 선물하는 것,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며 고마웠던 사람들과 미안했던 이들을 떠올려 보는 것, 용기 내어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 요즘 잘 지내고 있는지 오늘은 어땠는지 안부를 묻는 시시콜콜한 통화를 하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 한강을 달리는 것, 한 달의 나와 우리를 돌아보는 것...
아마 나를 잘 아는 당신이라면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사람들이 실천하기 어렵다고 느낄만한 것에서 비교적 일상적인 순으로 나열 하고 있다. 그럼 내가 마지막에 힘을 주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남았다는 것도 그대는 알고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것을 창조해 내는 것, 일상을 정돈하며 살아가는 것, 그 이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나의 특별함, 나의 정체성에 관한 일들이다. 존재를 지키고 기억해내는 일이다. 내 경우에는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공부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그렇다. 내가 속한 세계에 대해 돌아보고 그 세계를 배우며 그 세계를 지은 존재와 대화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들이 내 일상에서 사라졌을 때, 나는 나답지 않게 되고 특별함은 사라진다.
내게 시간과 공간을 주신이의 성품과 그 뜻을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나의 특별함을 갉아먹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횡포에서 자유로와지는 것이다. 시간을 구속하신 그분 속에 유연하고 단단한 온유함의 시선으로 시간을 대하며 살다 보면은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은 5월의 첫날, 오후 1시쯤이다. 그대의 오전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어제는 어땠고 또 내일은 어떨지. 당신이 시간을 알차게 보냈는지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어떤 시선으로 시간을 볼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