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중에 쓴 시
고층 빌딩 병상에 누워
거참 입원도 서울에서 하니 다르구만 달라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도, 이 와중에, 서울인가
서울 빌딩숲 맨 꼭대기엔 소나무가 자란다
거친 모래알과 해풍에 저항하는 날카로운 솔잎을 가진 해송이 되지 못하고
잘난 서울 사람들이 덥다 더워하며 저에게서 남에게로 내뿜는 혹독한 열기를 오롯이 흡수한 꼭대기층 소나무는
더 푸르게 예리해지지 못하고
우중충하니 뭉퉁그려진다
축축 쳐지는 이파리를 까만 몸뚱이가 지켜본다
소나무였다가
소나무가 아니게 된 것을
소나무였으면 좋겠는 것을
다른 빌딩 숲에 숨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