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나무는 환풍기의 더운 바람을 먹고 자란다

입원 중에 쓴 시

고층 빌딩 병상에 누워

거참 입원도 서울에서 하니 다르구만 달라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도, 이 와중에, 서울인가


서울 빌딩숲 맨 꼭대기엔 소나무가 자란다

거친 모래알과 해풍에 저항하는 날카로운 솔잎을 가진 해송이 되지 못하고

잘난 서울 사람들이 덥다 더워하며 저에게서 남에게로 내뿜는 혹독한 열기를 오롯이 흡수한 꼭대기층 소나무는


더 푸르게 예리해지지 못하고

우중충하니 뭉퉁그려진다

축축 쳐지는 이파리를 까만 몸뚱이가 지켜본다


소나무였다가

소나무가 아니게 된 것을

소나무였으면 좋겠는 것을


다른 빌딩 숲에 숨어 바라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이 다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