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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Oct 29. 2021

울퉁불퉁함

19-1022

채워진 부분과 비워진 부분이 교차되는 것

RUGGEDNESS



울퉁불퉁함, RUGGEDNESS


빙글빙글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을 상상해보자. 그것들이 회전할 수 있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요철들이 서로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떨어진 톱니바퀴는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톱니바퀴의 움푹 파인 곳에 다른 톱니바퀴의 돌출된 부분이 맞추어지면 비로소 톱니바퀴는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형태의 덩어리를 자연이 적극적으로 관입하거나 덩어리가 자연을 향해 증식하여 내부에서 연속적으로 자연을 마주치게 하는 건축이 있다. (이때, 건축의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일정 부분을 덜어내어 자연을 내부로 이끌어낸 건축은 완결적인 형태를 유지한다. 반면에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매스의 증식으로 인해 자연으로 뻗어나간 건축은 다소 자유로운 모습을 띤다.) 이는 건축과 자연의 경계가 날카로운 선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채워진 기능과 비워진 자연이 울퉁불퉁하게 교차되고 맞물리면서 경계가 흐물거리는 것이다. 


제주도립미술관, 건축물을 답사하면서 매스의 관입과 돌출, 그로 인한 끊임없는 자연과의 마주침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울퉁불퉁함은 자연이 만연한 장소에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에서 기능-부재의 공간과 자연적인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도시에서의 울퉁불퉁함은 밀도 높은 도시 속에서 사람들을 환기시키고 그들의 신체 감각을 확장시킨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니터에 머물러있지 않고 외부공간 너머로 뻗어나간다. 답답한 실내환경에서 벗어나 바깥공기를 맡게 하고 외부의 온도를 느끼게 하며 도시와 자연의 소리를 듣게 한다.


언제 어디서든 자연을 마주치게 되는 공간을 상상하면 그 건축은 마치 회전하는 톱니바퀴처럼 관계지향적으로 자리 잡는다. 이로 인해 건축은 자연친화적이고 개방적인, 그리고 감각 지향적인 공간을 지향한다. 사려 깊게 계획된 울퉁불퉁함은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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