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박 Oct 31. 2021

중정2, 속성

19-1026


느린 시간이 흐르는 중정을 만들기 위한 그것의 속성



느린 시간의 중정,

개방적인지, 폐쇄적인지에 대한 중정의 유형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중정 그 자체의 속성에 대하여.


중정을 포함한 그 주변으로는 '느린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중정이 그런 시간을 머금었으면 한다.

빠르게 이동하는 사람만이 보이는 공간이 아닌, 잠시 멈추거나 앉아서 내-외부를 바라보는 시간이 주어진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중정에서의 시간을 느리게 만들기 위해서는 중정을 둘러싼 것이 분위기에 맞는 '유연한 두께'를 가져야 하고 그 주변으로 '멈춤'을 유발할 수 있는 장소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두께, THICKNESS

두꺼움, 중정을 둘러싼 것이 두꺼운 벽이라면 내부와 외부는 차단되고 각각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극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그로 인해 사적인, 또는 몰입적인 중정이 될 수 있다. 단단한 벽은 언젠가는 빛을 잔뜩 머금고 또 언젠가는 비에 젖는다. 이러한 단단한 속성의 중정은 건축의 다른 내부 공간과 교류하지 않는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두께-없음, 기둥이 반복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중정은 반-외부에서 외부를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바깥의 환경이 나열된 기둥의 안쪽으로 그대로 흘러들어온다. 반-외부적 속성을 지니는 중정은 다른 속성의 중정들과 달리 도시와 직접적으로 맞닿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그리고 회랑의 성격과 비슷하여 반-외부공간에서 동선을 이끌기도 하고 머무를 수도 있게 하여 사람들의 사용성(Usability)이 확장된다.


얇음, 유리로 둘러싸인 중정은 내-외부에서 다양한 시선의 교차가 발생되고 중정을 둘러싼 건축 전체가 통합된다. 중정을 주변으로 퍼져있는 기능의 어디에서든지 중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외부의 중정과 내부의 공간 간의 거리감은 가까워진다. 밖과 안이 구분되어 있지만 그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감을 가진 채로 친밀함을 유지한다.


멈춤, STATIC, IMMOBILITY

중정이 유연한 두께를 가짐으로 인해서 다양한 시선이 교차되고 외부 환경이 유입되며 몰입적인 장소가 형성되었다면 중정을 둘러싼 것의 주변으로는 잠시, 혹은 오랜 시간 멈출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중정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복도나 기능, 그리고 시선이 머무를 수 없는 건조한 속성의 중정이 형성되어있다면 중정은 그 의미가 퇴색되어 빠른 시간만이 흐르게 될 것이다.


중정에서의 느린 시간을 위해서는 멈춤으로 인한 머무름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중정을 바라볼 수 있는 정적인 장소(복도나 기능 집약적인 장소와 구별되는)와 자연으로 채워진 외부공간이 필요하다. 흙과 풀, 나무와 물로 채워진 장소에 비가 내리고 빛이 내림으로 인해서 사람이 중정을 향유할 수 있게 되고 또한 건축의 내부에서 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외부공간을 응시하는 것은 중정의 주요 기능이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그 외부를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울퉁불퉁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