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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May 01. 2022

녹색간격

사유원


명정-내심낙원


사유원,

간격(흩어진 건축물들 간의 간격),

녹색간격(그 간격을 따라 걸을 때마다 눈부시게 마주치는 녹색의 숲),

건축에 의한 녹색간격.

 

숲 안에서의 건축은 사유를 위한 거점이 되었다. 

그것들이 '녹색간격'을 지닌 채로 존재할 때, 정의 사유와 동의 사유가 피어난다.

 

숲속의 건축은 겸손하다.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오브제로서의 건축이 아닌, 나무 깊숙이 자리한 둥지처럼 흐릿하다.

 

땅속으로 스며든 건축들은 자연을 담기도 하고 잠시 멀어지기도 한다.

모든 건축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숲을 배려하고자 한 건축은 그렇게 겸손하고 흐릿하며 그 안에서는 단단하고 선명하다.

 

사유에는 일정한 조건이 있다.

오감이 깨어날 수 있는 환경과 사유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몰입을 유지할 수 있는 침묵과 이 모든 것이 지속되어지는 연속성.

그리고 도시-자연, 소음-침묵, 일상-일탈과 같은 강력한 대비.

 

숲의 일부로 자리 잡은 건축은 침묵의 벽과 몰입의 공간을, 

한없이 뻗어나가는 숲은 수직적인 도시와의 강한 대비를 제공한다.

건축과 건축 사이의 녹색간격은 사유의 경험을 연속시키고 비로소 모든 감각이 되살아난다.

 

비록 아직은 사유의 장소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순 없지만

언젠가 사유를 온종일 녹여낼 수 있는 건축까지 자리 잡는다면

장소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완전한 사유를 위한 또 다른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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