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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Jan 08. 2023

수평적 역동성, 롤렉스러닝센터

AFTER-A01

롤렉스러닝센터_SANAA


SKETCH






넓은 대지에 낮게 깔린 그것은 땅에 대한 그 어떤 욕심이나 욕구가 상당 부분 억제된 듯하다(Souto de Moura의 계획안을 봤기 때문일까, 욕심에 대한 절제가 눈에 더 보이는 듯하다).  


대지 위에 낮게 깔린 단층의 두꺼운 판은 그 안에 있는 도서관의 여러 기능들, 서가, 독서공간, 휴게공간, 식당, 카페 등의 기능들을 하나로 엮어내고 있었다. 시야는 막히는 부분 없이 길게 뻗어나가고 다양한 기능들이 겹쳐지면서 풍부한, 그리고 연속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된 매스 안에서 도서관과 카페, 그리고 공간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쉼터를 자연스럽게 넘어 다니며 공간을 유랑한다.  


자, 이제 두껍고 낮게 깔린 매스는 위아래로 구불거리며 대지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필로티를 만들어내고 건축 안에서는 평지와 경사로를 만든다. 경사로는 건축의 내부에서 올라가고, 내려가고, 걸터앉고, 기능을 수행하는 등의 다양한 행위를 촉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밖에서 보았던 굽이치는 경사가 그저 이동하는 용도의 길로써 그 쓰임을 다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를 흡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가능성을 표출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능(가능성)을 통합하는 두꺼운 판, 그리고 그것의 역동적인 움직임, 그 이후에는 크고 작은 원형의 보이드가 판을 관통하여 다양한 크기의 중정을 만든다. 공간과 중정이 반복되며 공간은 다양한 크기로 분절되고 매스 안에서 여러 가지의 갈래길을 만든다. 자칫하면 공간의 통합이라는 개념이 만들어내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공간이 일률적인 동선과 어두운 공간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매스에 새겨진 수평적인 다공성으로 인해 빛은 판 깊숙이 파고들고 길의 다양성은 늘어나며 공간-중정(외부)-공간으로의 복합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세밀하게 조작된 건축물에 대한 건축가의 절재, 기능이 통합된 단순한 판(매스), 그것의 변형(구불거림), 그리고 파괴적  행위(다공성-원형 보이드)가 그 땅 위에 낮게 침잠한, 근사한 도서관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상당히 상징적인, 그리고 기능적인 건축물이 캠퍼스 안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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