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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Feb 05. 2023

하나의 집, 하나의 중심

AFTER-A02

Residential Building Zug Schleife_Valerio Olgiati



저 멀리, 적색의 콘크리트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 뒤로 돌아서자 사진에서만 보았던 타원의 보이드가 무수히도 뚫려있던 발코니가 보인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반복에 의한 통일성, 그리고 그것들이 수직으로 적층 됨에 따라 불규칙하게 엇갈리는 보이드의 형태가 대비되어 정리된 듯, 그리고 꽤나 러프하게 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나의 집은 하나의 중심을 가진다. 중심을 가지지 못한 채로 그저 겉돌기만 하는 도시에서 탈출하여 나만의 중심이 존재하는 집으로 향하고 뿌리내리는 것, 이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귀속감,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정적인 마음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주거의 영역에서 자연으로 돌출된 공간, 발코니는 대부분 개인적인 특성을 지닌다. 바깥에 있지만 보이기는 싫은, 아주 모순적인 공간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집에서는 발코니가 점점 자라났다. 개별성이라는 목적을 품은 채로 확장을 거듭했고 구조적인 한계에 다다르자 그것의 면적을 일부 덜어내어 무게를 줄여나갔다. 


발코니가 깊어질수록 빛이 들지 않게 되지만 무게를 덜어내어 만들어진 타원의 비움에서 빛이 스며들고 집은 하나의 중심을 획득했으며, 개인의 욕망은 깊어지는 데 성공했고 건축의 옷은 가벼워졌다.




건물을 주욱 돌아보니, 적색의 콘크리트와 대비되는 적색의 색유리가 눈에 띈다. 무광의 콘크리트와는 달리 그것은 햇빛을 받아 유독 반짝인다. 왜일까, 이상한 이질감이 들었다. 


건축가는 그런 고민에 빠지지 않았을까. 적색 콘크리트로 감싸진 진실한 구조와는 달리 비구조적인 벽체에는 다른 재료를 입히고 싶다는 그런 고민말이다. 어차피 문이나 창호에 필연적으로 유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면 그것과 연결되는 비구조적인 부분을 유리로 일치시키고 그 색을 적색의 콘크리트와 비슷한 색으로 하고자 했던 집착. 그 눈에 보이는 대조가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민이 흘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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